┠그 남자의 날씨

좋아하는 마음이 비밀이어야하는 까닭

약간의 거리 2008. 5. 5. 23:22

 

 

 

 

처음에 그 사람은 나를 보면 언제나 웃었어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사람의 윤곽은 보이지만 정확하게 누군지는 알아보기 힘든.. 그런 때에도 웃는 얼굴 때문에 그 사람인지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나를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었어

남자도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걸 그 사람 때문에 알게 됐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사람 웃는 얼굴을 볼수가 없었어

처음엔 이제 내가 싫어져서 그런 줄 알았어

웃는 표정이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거든

그냥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쌀쌀맞고 이마엔 주름이 잡히고...

그래서 정말 내가 싫어졌구나!

생각하게 됐지

 

그 날도 역시 그랬어

몹시 예민한 상태. 하지만 사람이 매일매일 예민하기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설령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을 때에라도 그걸 드러내게끔 만들어주는 상대는 따로 있다는 거지.

아무튼 그날도 역시나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가 베어나올 만큼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있어서 맘이 완전 상해 있었는데...

 

"나 요즘 너무 힘들다고. 매일 야근에 너무 피곤하잖아" 하는 거야

 

좋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

늘 위로받기 위해 찡그린 얼굴을 봐야한다는 건 별루야.

그보다는 멀리서 스쳐가는 모습만봐도 저절로 환하게 웃음이 나오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

그럴려면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건 들키지 않아야겠지.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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