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3개월 쯤이 지났을 때 여자에게 전화가 왔었다.
-후회가 돼...
-미안해...
-알아, 되돌릴 수 없다는 거...
-미안해...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은 나야... 나, 너무 바보같지?
-아니
-오늘은 내가 먼저 끊고 싶어
끊긴 전화기 저편에서부터 건너오는 적막감. 늦은 밤이어서 인지 혼자 있는 방안으로 그 적막함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게 느껴졌다. 그 적막함이 너무 무거워서 순간 가슴이 아파왔다.
'전화가 끊기면 원래 이렇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건가?'
남자는 상대보다 늦게 전화를 끊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오늘 가면 다시는 못 만나는 거구나. 지금 저 뒷모습이 마지막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언젠가 여자가 말했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마다 지금 가는 그 모습이 마지막 일 것 같아, 길모퉁이를 돌아서 옷자락마저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늘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지만 정말로 헤어지던 날 여자는 먼저 돌아서고 싶다고 했다.
느릿느릿, 점점이 작아지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울컥 눈물이 났다. 그래서 그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있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섰다. 함께 걸어온 길을 되짚어 나가면서 그 길이 참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집도, 여자의 뒷모습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게 된 거리에 와서야 남자는 잠깐 고개를 돌렸었다. 그때, 남자는 설핏 여자를 봤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겨우 전화기 폴더를 덮는다.
'┠그 남자의 날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길 1 (0) | 2008.07.02 |
---|---|
좋아하는 마음이 비밀이어야하는 까닭 (0) | 2008.05.05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0) | 2007.10.09 |
비를 맞다 (0) | 2007.09.29 |
버스정류장에서... (0) | 2007.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