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살아가기

약간의 거리 2008. 1. 9. 00:11

 

28살이었던 때!

그때가 아마도 가장 불안하고 우울하던 시기 중 하나였다.

그때의 나는 건강했고, 젊었고, 어쩌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서른이 되면 죽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서른이 넘어도 살아남아 있을 것만 같은 내 인생이 너무나 불안했다.

 

서른의 나는

서른 한살의 나는

그때 나는... 대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지?

 

나의 인생 설계는 고작 서른까지만이었고,

그 나이까지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 오던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계획에 전혀 없던 너무나 많은 시간을 떡~ 하니 받아버린 것이다.

 

 

1년을 그렇게 막막하게 불안하게 우울하게 보내던 나는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기로 했다.

일단 살아지는대로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너무 먼 미래 같은 건 아예 잊고 그저 오늘하루를 살아보자고.

그래서 우선은 해 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 - 아주 어렸을 때 어찌저찌한 사정으로 수정되었던 계획 -를 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저질러 버렸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잘 했는지 어찌되었거나 그 일로 밥도 벌어먹고 살 수 있었다.

좋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걸로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다니...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즐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었고, 퇴근이 따로 없었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아니 잠자는 시간조차도 불안했다.

좋아하는 건 취미고, 일은 일이었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칩거를 시작했다.

빨간 날은 어김없이 쉬어주고, 퇴근시간이 정확한 일을 찾았다.

근무시간이 정확한 대신 그 시간동안은 워커홀릭처럼 일하기를 요구하는 회사였다.

나의 요구처럼 사람들과 교류가 필요없었다. 회사도 굳이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철저히 고립되었다.

밥 먹는 시간도 줄여야했고, 잠깐 고개를 들어 창밖의 날씨를 확인할 여유도 없는 직장이 어느날 싫어졌다.

 

나는 비싼 옷을 입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도 아는게 없다-지금은 아니다-. 미장원에도 1년에 한번정도밖에 안 간다-이것도 지금은 아니다-.

나는 한 달에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정도만 비싼 뮤지컬을 보고 싶다.

낮에도 숨쉬며 일하고, 퇴근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즐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런 직장을 찾았고, 만족하며 살아왔다.

 

오늘도 역시

연극을 한 편 보고 들어와 양치질을 한다.

세면대 위에 놓인 양치컵에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물을 버린다. 

나는 이렇게 담겨져 있는 물을 싫어한다. 고여있는 물은 �은 물이니까.

 

문득, 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파도가 치지 않는다고 해서 바닷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닌데...

나는 너무 고요하게 살아온 것 같다.

파도가 없어 평화로와 보이는게 물이 흐르지 않아서인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다.

 

내일의 나는... 달라져야겠다.

 

여전히 나는 건강하고, 어쩌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여전히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먼 미래의 계획같은 건 없다해도,

오늘 하루를 살아 나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너무 오랜 시간동안을 정말로 살아지는대로 살아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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