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미안

약간의 거리 2007. 10. 11. 00:51

꼭 어른이 되어서이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떤 일에 대해서든 설명가능한 이유나 떠넘길 언덕 같은 게 필요했다.

꼭 어른이 되어서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왜?"라는 물음에 조금은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싶기도 하니까.

그렇게, 남들에게 그렇듯이 나 자신에게도 그런 이유같은게 필요했다.

그래서 "너" 만은 아니길 바랬다.

 

미안, 미안, ... 다 괜찮은데... 그 사람만은 안 되겠어. 다른 건 다 괜찮아. 미워하지도 않을 거고, 원망도 않을 거고, 정말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그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마치 우리의 헤어짐이 그 사람의 탓이라는 듯

마음 속으로 수백번씩 바라왔다. 그 사람만 아니면 돼... 그 사람하고는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결국은 그 사람과 결혼한 줄 알았는데... 바람은 정말이지 바람처럼 사라지는 건지 알았는데...

 

그런데... 마음이 참 이상하다.

미안하기도 하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원래 그런 건 연결되지 않는 법이야.. 했다가 나의 주술에 무슨 그런 힘이라는 게 있었나.. 말도 안된다고 죄책감을 부정하다가, 기쁘다고 해야하나, 슬프다고 해야하나,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려니 의연히 받아들이는 듯도 하면서.

 

미안...

 

나의 그대였던 당신을 만난 단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정말 사랑했었구나? 그랬던 거지?"

되돌아 오는 물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버린다...

다시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못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안...

아직도 마음에 남겨두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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