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깨짐

약간의 거리 2004. 10. 28. 15:19

깨짐

 

- 뭐하면서 지냈니?
- 음....



신기하게도 그와 헤어진 바로 그 다음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약속 한번 잡으려면 한달 뒤 달력까지 뒤적거려야 할 만큼.
근데 어제 아저씨가
그동안 뭐 하면서 살았느냐구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는데...

아주 오래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혼자서 뭔가를 하기 시작한 거,
영화를 본다거나 콘서트장을 간다거나... 그런거 혼자서 하기 시작했던 때...
그때두 그렇게 한달 동안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보니까
그게 한 세상이 지나갔기 때문이었지.

그런데... 한 사람이 두 세상을 보낼수도 있는 거였나?

 

오늘 또 컵을 깨 먹었다.
뚜껑 깨뜨린 이후에는 쓰지도 않고 한쪽에 치워뒀던 건데...

 

깨진 컵을 붙여서 다시 쓰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깨뜨린 컵하고 똑같은 컵을 다시 사서 써 본일이 없다.

정말 아끼고 좋아한 컵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깨뜨리고나서 새로 살 때
결코 똑같은 컵을 사려고 돌아다니지 않는다.

아깝고 섭섭하지만
깨진 건 버려야 한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이 깨지면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 된다.

마음 역시 다시 붙여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잘 붙이려고 해도
어딘가 미세한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간 흔적은 있을 테니까.

흔적을 들여다 보는 일은
다시 상처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미련스런 일인 것이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리지 않는다  (0) 2004.11.07
사랑... 그 복잡한 이야기  (0) 2004.11.02
행복을 가져온 전화 한 통  (0) 2004.10.27
시니컬한 남자  (0) 2004.10.25
나두 지각인생~  (0) 200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