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된다.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 루이제린저 『생의한가운데』 중
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편이다.
대신에 먼저 묻는 사람한테는 뭐든 솔직하게 답한다.
그게 늘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속깊은 이야기를 다 털어내고 싶지만,
간혹 절대로 내 이야기같은 건 해주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나는 그녀에게 아무 생각없이 내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후로 그녀는 종종 안부처럼 나와 주변의 이야기들을 물어왔고,
그건 그녀의 입장에서는 친근함의 표현인 것 같았다.
문제는,
나는 그녀가 내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게 거북스러워졌다는 거다.
날이 갈수록 나의 대답은 짧고 시큰둥해졌는데
그녀는 둔한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첫째 나는 그녀와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
두번째 그녀는 지나치게 스스로가 상대를 배려하고 있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며,
어떤 사람도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와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배려가 있다.
하물며 동네 슈퍼 아줌마가 아는 척을 해도 같은 집은 다시 가는 않는 나인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와 단둘이 있는 사무실의 고요가 빨리 깨지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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