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분명
가족이나 친구나 혹은 어떤 모임에 나가서 만났던 사람 중에라도
색맹이 없던 사람일
겁니다.
나는 매일 같이 버스를 볼 때마다
색맹이라는 이유로 뚜벅이 생활을 하는 어떤 사람을 생각합니다.
언젠가 친구가 핑크색 정말 예쁜 스웨터를 사들고 와서 자랑을 할 때,
-이쁘죠?
-응... 응.
예쁘네
대답하고는 나중에 친구들 다 나가고 나니 저한테 와서는 조용히 묻더군요.
-아까 그 옷... 분홍색 이었지?
-네... 정말 예쁜 분홍색이었어요.
-그럼 아무개가 입고 온 옷은 빨간 색
맞지?
-네. 그래두 잘 아시네요
-응.. 명암이 조금 달라.
버스를 보면 어쩌면 하나같이 정록 색맹인 사람은
하나도 배려가 안 되어 있는 건지...
B R G Y 라는 글자는 뭐하러 쓴 건지...
색의 이니셜을 굳이 쓴 이유가 뭔지...
혹시라도 색깔 구분이 안되는 사람을 위해 쓴거라면 그건 좀 다른 색으로 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번호도 그래요.
번호의
색깔도 구분 안되는 색인거 아시죠? (오늘 버스 앞면에 쓰인 숫자 색 확인해 보시길...)
언젠가도 말한 적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어제 그 사람을 만났죠.
그 사람 사는 동네 가는 버스가 없어졌다는 어떤 분 이야기에,
-버스가 번호만 바꼈어. 605번으로...
-그게 무슨 버슨데?
-음... 좌석인가? 일반인가? ....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그동안 그 동네 갈 일이 없어서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세자리 수니까 초록버스는 아닐거구
그냥
-파란 버스요.
하고 말해 줘 버렸습니다.
-그게 파란색인가?
-네
아니면 뭐 어때요. 어차피 그 사람은 색깔 확인 못할거구,
노선 물어본 사람은 번호는 알게 됐으니까 알아서
타겠죠.
-버스 타는 건 힘들지 않아요?
-응. 괜찮아. 어두워지면 색깔 구분이 아예 안되긴 하는데... 낮에는 그래두
명암으로 구분해. 그보다는 버스 뒤에서 번호 써줬으면 좋겠어.
다시 한번 바뀐 버스 때문에 속상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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