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약간의 거리 2006. 11. 7. 01:25

세상에 사랑을 잃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어.

거의 석달 동안은 잠을 못 잤거든.

잠이 안오더라구.

어디서든 머리만 닿으면 자는 체질이라서  모두가 얼마나 나를 부러워 했었다구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는 말 같은거.. 절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

그런데,

그렇게 피곤해 지치는데에도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더라.

말똥 말똥.

매일 밤 1시 즈음에 오던 전화가 다시 걸려올까 싶어서,

비가 와서,

슬픈 발라드를 들으면 모든게 나의 이야기 같아서 슬펐고,

버스를 타면 버스를 타서,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을 타서,

 

다 잊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에도 여전히,

오늘처럼 첫눈이 내린다고 사람들이 난리치는 날이면,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면서

혹시나 오늘은, 그래도, 내 핸펀이 울리지 않을까?

지난해 첫눈이 내리던 때에는 전화가 왔었지.. 나는 눈이 오는지도 몰랐는데 그 애가 알려줘었지.. 하면서.

익숙한 거리에서,

네가 좋아하던 노래에서,

함께 봤던 영화를 TV에서 해 줄때에도...

정말이지 잃어버린 사랑이라는 건 복병처럼 살아가는 동안 생활의 곳곳에서 느닷없이 출몰했었거든.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잃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어.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면서 울어 본 적이 있어?

그건 시간의 지남 때문이 아닌 거다.

잠자리를 뒤척이며 눈물을 찔끔 흘리더라도, 그건 이전과는 다른 느낌인 거야.

더 이상 방문에 귀를 기울이며 잠들지 않아도 되고,

라디오 타이머를 맞춰두고 음악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어도 괜찮고,

 

아빠가 없으니 밤 11시가 되어도 전화해 주는 사람이 없네.

그립거나 보고 싶다는 마음...

사랑을 잃었을 때처럼 죽을 것 같이 힘든 마음은 들지 않지만

사랑을 잃었을 때보다 더 큰 슬픔이 있다는 거...

그건 얼마나 자주 그립다거나

얼마나 더 많이 잠 못 이룬다거나

얼마나 더 크게 울게 된다거나 ...

그런 거랑은 너무나 다르다는 거.

그런 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거.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사랑을 잃는 일이 아니라는 거.

 

가끔씩,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

 

 

그때처럼,

어떤 거리에서 버려지듯 내렸을 때,

그 거리가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던 때처럼,

술 취에 들어온 늦은 밤,

너무나 크게 대성통곡 울어대서 엄마도 차마 방문을 열어보지 못했다던 날처럼,

그렇게 울지 않지만

 

때때로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거.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힘든 일은 결코, 사랑을 잃는 일이 아니라는 거...

어쩌면 아빠는 나에게 그걸 가르쳐 주고 싶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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