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아는여자

약간의 거리 2004. 7. 2. 11:52

아는여자

 

동치성

그에게 없는 것 세가지

 

남들에게는 있지만 동치성 그에게는 주사가 없고, 첫사랑이 없고, 내일이 없다.

 

 

-그렇게 몰입해서 보지마. 영화는 그냥 영화야

-응

 

 

하지만 나는 지금 영화에 몰입하는 게 아니다.

생각하고 있는 거다.

지금 내 옆에 앉아서 팝콘을 먹고 있는 저 남자와 나에 대해서.

 

 

그날 그는 팝콘과 오징어를 먹여주었고,

하루 종일 내 손을 잡고 걸었고,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고,

같이 저녁을 먹었고,

사람이 많은 한강공원 한 가운데에서 키스 해 주었고,

차가 끊길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골목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남들에게 없던 세 가지를 동치성이 갖게 되는 날 그는 행복해졌는데

다른 연인들이 다 하지만 나는 못했던 몇가지를 경험한 날 나는

...

그와 헤어졌다.

 

 

 

한이연.

내가 뭘 좋아하는

어디에 사는지

이름이 뭔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곁을 십년이 넘도록 맴돌았던 그녀처럼,

 

그렇게 나도 

그를 사랑하며 지켜보고 기다려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한이연이 동치성에게 있어 <아는 여자>가 아니라 <한이연>이 되던날

나는 그에게 <아는 여자>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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