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성
그에게 없는 것 세가지
남들에게는 있지만 동치성 그에게는 주사가 없고, 첫사랑이 없고, 내일이 없다.
-그렇게 몰입해서 보지마. 영화는 그냥 영화야
-응
하지만 나는 지금 영화에 몰입하는 게 아니다.
생각하고 있는 거다.
지금 내 옆에 앉아서 팝콘을 먹고 있는 저 남자와 나에 대해서.
그날 그는 팝콘과 오징어를 먹여주었고,
하루 종일 내 손을 잡고 걸었고,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고,
같이 저녁을 먹었고,
사람이 많은 한강공원 한 가운데에서 키스 해 주었고,
차가 끊길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골목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남들에게 없던 세 가지를 동치성이 갖게 되는 날 그는 행복해졌는데
다른 연인들이 다 하지만 나는 못했던 몇가지를 경험한 날 나는
...
그와 헤어졌다.
한이연.
내가 뭘 좋아하는
어디에 사는지
이름이 뭔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곁을 십년이 넘도록 맴돌았던 그녀처럼,
그렇게 나도
그를 사랑하며 지켜보고 기다려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한이연이 동치성에게 있어 <아는 여자>가 아니라 <한이연>이 되던날
나는 그에게 <아는 여자>로 남게 됐다.
'┠타인의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여우 (0) | 2004.08.20 |
---|---|
<아는 여자>2 :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0) | 2004.07.05 |
슈렉2 (0) | 2004.06.25 |
트로이 2 (0) | 2004.06.05 |
어떤 게 진짜 사랑인가요? (0) | 2004.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