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모두가 진실일 수도 있지

약간의 거리 2004. 6. 25. 09:44

 

 

"제가 오늘 우편물을 받았거든요. 물건 사면 이벤트 당첨되는 거 맞아요?"

"어떤 우편물이요?"

"00카드에서 온 거에요. 제가 대상자라고 되어 있어요."

"글쎄요... 저희는 그런 이벤트가 없거든요."

"그럼 이건 모에요?"

"잘 모르겠는데......"

 

 

 

"00카드에서 이벤트 한다고 우편물이 왔는데요. 언제 주는 거에요?"

"이벤트 내용이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

"수신인에 고객님 성함이 쓰여 있나요?"

"네."

"그럼 맞습니다, 고객님. 정확한 내용을 제가 본사에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잠깐동안 상담직 일을 할 때 흔히 겪었던 사건이다.

고객이 어떤 종류의 우편물을 받던지간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상담센터로 전화를 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마케팅팀에서 행사를 할 때

상담센터보다 고객에게 먼저 이벤트 내용이 전달되고,

고객에게 문의전화가 들어오면

상담센터에서는 본사로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그런 이벤트 있어요? 그럼 저희한테 팩스 좀 넣어주실래요.

 

어떤 직원은 이렇게 알아본 정보를 혼자 알고 열심히 상담한다.

 

하지만 어떤 직원은 즉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팩스로 문서가 도착하면 복사를 해서 모든 사람에게 나눠준다.

 

 

본사에 그렇게 일처리 하지 말라고 아무리 건의해도 바뀌지 않고,

상담원에게 일단,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린다고 응대하라고 아무리 교육해도 바뀌지 않는다.

 

 

고객이 우편물을 받은 건 진실이다.

처음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그런 건 모르는 내용이라고 한 것도 진실이다.

다음 전화 받은 상담원이 모르는 내용이지만 고객이 우편물을 받았으면 그건 맞다고 말한 것도 진실이다.

 

아무도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는데

세 사람 모두 찜찜하고 불쾌하다.

 

 

진실은 뭘까?

 

 

진실은 적당히 반투명 유리로 가려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저 스스로 '명확함' 보다는 적당히 '신비스러움'을 갖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진실'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묘한 뉘앙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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