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연애시대: 돌이킬 수 없는 사랑

약간의 거리 2006. 5. 22. 17:05

 

이날...

처음으로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전 남편의 결혼식장,

혹시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하는 표정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표정,

행복했던 결혼식 순간의 회상이 잠시 겹쳐질때의 짧은 미소,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의 아쉬움, 축하, 씁쓸함까지...

짧은 순간,

아주 많은 느낌을 담아 낸

미세한 표정의 변화

 

 

 

**

 

 

이 드라마를 계속 보는 건,

아마도 쓸쓸함 때문인 것 같다.

 

도넛가게 앞에서

우산을 건네주고 가방을 뒤집어 쓴채 빗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전남편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친절하면 안돼'라고 독백하는 여자의 쓸쓸함

 

이제 겨우 마음의 실체를 찾아가느라 복잡한 여자 앞에 덜썩 앉아서는

"고민이 있어? 뭐냐고? 말을 해야 알지?" 흥분하는 남자의 입에서,

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을 듣게 된 순간 짧게 스치는 쓸쓸함

 

 

상대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지만,

관객은 누구나 알아채는

그 짧은 쓸쓸함,

이내 밝은 척 한톤 높고, 한겹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스치듯 지나간 쓸쓸함이라는 것이

사실은 돌아서 혼자가 되었을 때 다시 길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길을 걸으며 우는 여자

"저 여자... 우는 것 같애."라고 속닥이는 남녀.

 

모른 척 해 주기를 바라지만,

가끔은 그렇게 "저 여자.. 우는 것 같애. 왜 울까?" 하며

한 번쯤 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해변은 그 자리에 있지만,

한 번 밀려간 파도가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듯,

 

사랑은 변하지 않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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