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잊게 되는 날과 챙기게 되는 날이 있다.
"오늘은 전화라도 꼭~ 하세요." 라는 어느 DJ의 끝인사를 들으며
전화...
생각만 해도 쑥쓰럽다.
기억나는 몇분의 선생님
그 중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중학교 2학때 담임선생님.
한문은 가르치셨는데 다리가 불편한 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속세에서 산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비록 '선생'이라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보다 그것이 더 우위이지는 않았던 걸까?
우리들 시선에 선생님은
조금은 비굴해 보였고,
조금은 우울해 보였고,
어딘가 짜증스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다.
키가 작고, 다리를 저는 선생님은
반에서도 키가 크고 덩치도 크고, 그래서인지 좀더 건방지게 느껴지는 아이들한테는 늘 기죽어 보였고, 상대적으로 나처럼 작고, 그래서 더 어리게 느껴지는 아이들한테는 스승의 위엄을 가장한 무시가 있어 보였다.
그날도 그랬다.
친구의 작은 소곤거림에 매질을 하던 선생님. 그가 조금 전에 저~ 뒷자리에서 아이들의 비아냥을 듣고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투사도 아니면서,
"그렇게 때리지 마세요. 저 아이들한테 하지 못하는 걸 왜 저희가 받아야 하나요?"
그리고 난 한시간 동안을 아무도 없는 상담실에서 운동장을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다시 쉬는 시간이 되었지만 선생님은 날 찾지 않았고,
너무나 당당한 자세로 상담실을 나와 교무실에 가서는
"다음 시간엔 수업에 들어가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서는 내게 아이들은 영웅 대접을 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기명으로 자기에 대한 불만을 써 내라고 했고,
나를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던 몇몇 아이들은 나에 대해 선생님이 부당하다는 이야기들은 썼다며 자랑스레 떠들었다.
아이들의 쪽지를 거둬 읽고 난 선생님은 회초리를 부러뜨리고 다시는 매를 들지 않겠다고 하셨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죄스러워졌다.
그 시간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던 것도,
아무도 없는 상담실에서 내내 씩씩거리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은 것도.
어쩌면 나는 선생님이 갖고 있는 피해 의식 때문에 나와 친구들이 억울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각자의 피해의식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화가 난 건 선생님이 왜 그런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나 역시 그런 피해의식을 표현한 것에 불과했던 거다.
그날 이후 내 기억속의 선생님은 전보다 더 기운이 없었다. 더 잘 웃지 않으셨고...
졸업을 앞둔 어느 날엔가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던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그때 일을 사과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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