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내숭 좀 떨어죠~~please~~~~~~

약간의 거리 2004. 5. 13. 18:16

 

아주 오래전에 남자친구랑 한 약속이 있다.

같이 해 보고 싶은 것들을 말해두는데 그중 아직까지 하나도 해 본 일이 없다.

어디에 적어두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는 내가 잘 잊어버린다는 걸 알고는 늘 사람좋은 척 "그래, 그래" 할 뿐이다.

 

그런 중에도 내가 결코 잊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을지로에 있는 모모호프에 가서 훈제족발이랑 부추김치를 안주로 맥주 마시기다.

 

 

어제 퇴근무렵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족발 사다 먹으려고 하는데?"

"좋아."

"사오면 너 먹을거야?"

"당연하지... 좋아, 좋아 ^^"

 

 

 

지난주에 외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베온 부추로 담근 김치랑

얼마전에 마트에서 사다놓은 맥주랑(실은 가끔 들르는 막내삼촌이 찾아서 사다 둔 건데... 내가 다 먹겠네)을 차려놓고

언니와 함께 저녁을 대신하여 족발을 뜯고 있는데

 

"막내가 넌 족발은 안 먹는다고 해서 전화한 거야."

"왜?"

"몰라. 둘째 언니는 삽겹살은 좋아해도 족발같은 거는 안 먹을 거라고 하더라."

"왜 그런 선입견을 가진 거지? 내가 족발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야~ 너 공주병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

"공주병? 무슨 소리야? 공주도 아무도 안 볼때는 다 이런거 뼈째 들고 먹는다!!!"

 

 

그러고 보니 저 친구와 한 저 오~~~~~~래~~~~된 약속!

 

 

그 녀석이 가끔씩 회사 사람들과 감자탕이나 족발 같은 걸 먹었다고 하는 날

"나두~응? 나두 그런거 좋아한다니깐. 왜 나랑은 안 먹는거야?" 하면,

늘 조금은 다르지만 같은 뜻을 담고 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거 맛없어. 별루야. 먹기도 불편하고. 그런거 먹는 모습 안 예뻐."

 

그러니까 뭐!

결국엔 날더러 보기 좋은 그림이 나오는 음식만 먹으라는 거 아냐?

 

그래,

아닌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이쁘게 볼려구 눈가리고 아옹~하는 너의 노력이 가상하여

족발이나 감자탕은 다른 남자랑 먹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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