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차라고는 유일하게 커피.
몹시 우울하다거나 너무너무 피곤한 날에 핫쵸코를 제외하면 언제나 커피.
사람들이 녹차가 몸에 좋다고도 하고, 하루에 커피를 몇잔 이상 마시면 안된다고 하기도 하여 한번 도전해 봤지만, 약하게 우리면 심심하고, 그래서 조금 더 두면 심각히 떫떠름한 맛이 영~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홍차라는 걸 접하게 됐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먹으라고 하면 무엇이든 먹는다. 그렇게 해서 먹게된 음식만두~~흠..)
좌우당간,
이 홍차라는 건... 맛이 좀 묘했다.
어쩌면 홍차음료라고 말하면서 향이 첨가된 달짝지근한 캔음료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거부감이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간 부드럽지만 탄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그러니까 지루하지 않은 맛이었다.
그(분)은 다즐링을 좋아하셨지만, 나는 얼그레이가 좋았다.
때로는 밀크티로 핫쵸코의 그리움을 대신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밀크티의 맛을 내는 찻집이 거의 없다는 거긴 하지만(이건 핫쵸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그러다가 새롭게 좋아하게 된건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라는 아주 긴 이름의 홍차다.
영국의 아침이 어떤 느낌인지... 영국에서 아침을 하루밖에 맞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차는 맛있다.
홍차캔음료에서 나는 듯한 이상한 냄새도 느껴지지 않고 말이지....
녹차를 먹을때는 거름망이 끼워져 있는 찻잔이 항상 갖고 싶었다. 그렇지만 즐겨먹지 않는 관계루다가 그냥 저냥~ 더구나 차는 따뜻하게 마셔야 하는데 찻잔 대부분이 손잡이가 없어 뜨꺼워 잡기 곤란해 못 먹거나, 잡기 좋은 온도가 되었을 때는 찻잔 속의 차가 이미 식어버려 먹을 수 없다거나... 하는 안 좋은 것들로 인해, 손잡이가 달린 이쁜 찻잔이 나올때까지는 잎녹차를 먹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억지를 쓰며 살고 있었다.
홍차를 먹게 되자 항상 거름망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거름망에 남아 있는 잎들을 버리고 씻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지 아는 관계로 선뜻 구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음... 모처럼 홍차를 마셔볼까? 하다가는 '아이~ 거를 수가 없자너. 잎 거르기 구찮은데...'하면서 먹지 않게 됐다. 결국 근사한 찻집에 가서나 먹게 되고.
사무실과 집에 있는 홍차들은 고이고이 모셔서 싱크대 서랍 어딘가에서 혹은 장식장의 기념품처럼 서 있기만 했다.
'음.. 모양이 그냥 그래.'
'이건 금방 안 벌어지게 될거 같은데...'
'이건 구멍이 너무 커서 어떤 잎은 우릴 수 없을 거 겉아.'
'와~ 이거 너무 이쁘다. 하나 훔쳐갈까? 어디서 샀을까? 찻집엔 이쁜게 있는데 왜 파는건 없지?'
등등 등등
음.. 사실 진즉에 녹찻잔을 샀으면 하지 않았을 핑계들임에도, 담벼락에 붙은 포도를 포기하는 여우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들로 또다시 미루고 미뤄왔는데....
짜잔~~~~~~~
이걸 발견하게 된거다.
아~ 이쁘다.
정말 이쁘다.
와~ 갖고 싶다.
곧 나에게도 지름신이 도달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