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늘 하는 일.
수첩 정리
이런 거 해 본지도 몇년 된 것 같다.
다이어리를 좋아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속지 갈아끼는 일 하면서 1년 동안 뭐 하고 살았나도 살펴보고...
우와~ 이달에는 영화도 많이 봤네...
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전화번호 옮겨 적고.....
핸드폰이 생기면서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 일이 없어졌다.
한때는 텔레콤 회사 다니는 친구 덕에 1년에도 몇번씩 새 핸드폰을 쓰느라 전화번호 저장같은 건 아예 하지도 않았었구,
그 친구가 회사를 그만 둔 후 지금까지 근4년을 같은 핸드폰을 쓰다보니 전화번호를 옮길 일이 없었다.
집어 던진 일은 한 번도 없는데...
핸드폰 줄에 손가락 끼고 돌리다 날아가기.
얕은 주머니에 넣고 뛰다가 추락하기.
서류위에 올리고 걷다가 미끄러지면서 떨어지기.
...등으로 자주도 깨지고, 소리 안들리고, ......
덕분에 A/S 센터도 몇번 방문하고,
그런 나의 one색 one음의 핸드폰을 떠나보내게 되면서 드디어 전화번호를 옮겨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그사이 세상 참 많이도 좋아졌다.
대리점에 나가니 순식간에 고스란히 전화번호들을 새 폰으로 옮겨주는 거다.
버스에 타서 새 핸드폰의 주소록을 검색해 본다.
늘 단축번호 순으로 뜨던 이름들이 가나다 순으로 검색이 되어 나오니까 낯설게 느껴진다.
한 사람, 한 사람 짚어 보는데...
전날 혹시 폰이 너무 구형이라서 자동으로 옮기는 건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엑셀화일에 옮겨 뒀는데, 그때 이미 삭제시켜 버린 이름들도 눈에 띈다.
지울까?
그냥 둔다.
다시는 걸 일이 없는 사람들.
이미 번호가 바뀌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
진즉에 지웠어야 했는데...
이렇게 또 남겨져 버리니 선뜻 지우질 못한다.
펜으로 일일이 옮겨적던 시절엔 팔이 아파서라도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더 줄여볼까 노력했었는데.
잘 버리는 사람이 살림도 잘하는 거래. 버려! 버리고 새거 사.
얼마전 엄마가 부엌공사 하면서 안쓰는, 오래된, 솥이나 컵, 그릇들 못 버리고 안타까와 할때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사람도 그릇이나 솥처럼 버리고 새로 사귀면 되는 건가?
새로 사지는 못해도
버릴 건 버려야겠지. (미련)
주말에는 집에서 핸드폰 만땅으로 충천해 놓고 주소록 정리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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