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님이 (이상하다... 필~ 님 이름을 말할때는 반드시 뒤에 "~" 표시를 붙여주어야 할 것만 같다*^^*)
나폴레옹 제과점 이야기를 하셔서 (교감게시판에)
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나는 곳이 있다.
어느 동네든 유명한 곳이 있어서
사람들이 약속을 잡거나 누군가에게 길을 설명해 준다거나 할때는 그곳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곤한다.
예를들면, 강남역의 <뉴욕제과>나 대학로의 <KFC>나 신촌의 <현대백화점> 같은 곳...
이미 이런 곳은 특정 상호라기 보담은 그 지역의 상징물같은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곳은 아닐지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동네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곳이 있다.
인사동의 <모짜르트>가 바로 그곳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나는 그곳을 알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인사동이란,
우리은행(지금은 없어졌다)에서 모깃불에 달 끄슬릴라(?) 까지였다.
그날은 '조계사'를 찾아보고 싶었다.
조계사앞 이라는 버스 정류장.
뉴스에도 종종 나오는 조계사.
종로 한복판에 있다는 절 조계사.
조계종의 본산 조계사.
그런데 종로를 그렇게 많이 오가도,
조사계앞 정류장에서 하차를 해도,
한번도 조계사를 본적이 없었던 거다.
승복과 불교관련 물건들을 파는 상점이 즐비한 거리.
분명 이 거리 어느쯤엔가 조계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가 그만 엉뚱하게도 안국동 로터리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인사동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 코너에 보일듯말듯하게 <모짜르트>가 있었다.
사실 보일듯말듯은 아니었다.
그것은 안국동에서 인사동길로 들어서는 길의 코너에 벽면을 온통 유리로 한채 서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신기하게 그 가게... 잘 눈에 띄지가 않았다.
모짜르트.. 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그곳엘 들어갔다.
가을이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보였고, 거리에도 노란 은행잎이 흩날렸다.
아직도 나는 정체를 알지 못하는(아마도 군시설같은...) 높다란 담벼락이 서 있는 길 오른 쪽, 정독도서관 길로 올라가는 차들과
광화문으로 나가는 차들
계동으로 올라가는 차들
인사동으로 빠져 들어오는 차들
그 차들 사이로 노란 은행잎 만큼이나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짜르트 1층의 창가에서 자기들보다 낮은 눈높이로 지켜보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그 창밖에는 신호정지로 서 있는 차들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느리게 내려앉는 계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모짜르트.
얼마전 그 모짜르트의 건너편 풍문여고 뒤편 어디에선가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 안나야~ 거기가 인사동에서 어느 쪽이야?
- 크라운베이커리 건너편에 뚜레쥬르 빵집 쪽이요?
- 모짜르트 건너편?
아, 모짜르트!!!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모.짜.르.트.. 라는 소리가 마치 영화속의 흐릿한 장면처럼 들려온다.
- 언니, 모짜르트를 알아요?
- 어, 그럼.
- 으응.. 모짜르트 이제 없어졌는데...
- 그래?
- 네. 오래됐어요. 지금은 편의점이 있어요.
그래서 다시 생각난 모짜르트.....
아참,
나폴레옹 제과점 이야길하다가 모짜르트가 생각난 건,
둘다 나에게 가을로 기억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을 냄새가 난다.
미처 몰랐었는데 아마도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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