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사랑을 하면서 힘들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약간의 거리 2006. 2. 1. 16:58

 

3D업종이라는 말이 있다.

힘들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3D 업종 중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하나 숨어 있었다. 그리고 기꺼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별대행

 

남에게 거절의 말을 하는 건 힘들다.

폭력적인 상대를 만나면 두들겨 맞을 수도 있고, 간혹 뺨을 맞기도 한다.

싫으면 그냥 헤어지는 거지... 이별에 대해 여차저차 - 좋은 사람을 만나라거나,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거나 등등 - 하는 말을 늘어놓는 건 지저분하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일을 하는 남자...

벌써 3년째 백수였다. 가난이 지긋지긋한 그의 여자친구가 앞으로도 영원히 백수일 것 같은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자, 이별을 면하기 위해 이별대행업을 시작한 거다.

 

남의 이별로 내 사랑을 지킨다.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이별대행>이라는 거.... 단지 3D 업종 중 하나라서 사람들이 하지 않아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의 남자친구는 소방관이다.

남들은 포기한 불길 속에서 내 동생을 구해냈다. 정말 용감한 소방관이다. 그런데 그 용감한 소방관이 내 남자친구일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어쩌면 그토록...

자기의 목숨은, 자기가 불길속에 뛰어들때마다 가슴이 철렁할 내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에게 간절히 프로포즈를 받고 싶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어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비의계절'을 기다리는 것 못지 않게... 늘, 간절히 "비"를 기다린다.

오늘도 싸이렌이 울리고, 불길 속에 어떤 용.감.한. 소방관의 사고소식이 들려온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린다. 드디어 비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나는 편안해질까?

 

 

 

- 영화 <새드무비>

 

 

 

 

사랑을 하면서 힘들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원래 요란하게 염색한 헤어스타일은 싫어하지만, 그게 그녀의 머리색깔일 때는 괜찮다.

사실 객관적으로 머리만 놓고 보면 피곤하다. 왜 머리를 못살게 구는 걸까? 그녀만 그럴까? 모든 여자들이 그럴까?

그녀는 처음부터 말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그녀는 정말로 자유분방하고, 정신이 없다.

오늘도 여전히 늦은 밤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대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옥같다.

자꾸만 다투게 된다.

미워하고, 맘에 안들고, 기다리는게 끔찍해 지고, 아프고,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를 잊어가면서 그녀는 행복했을까?

아프고 힘들었기 때문에 지웠을까?

그녀가 지우고 싶었던 건, 그녀의 기억 속의 "내"가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나쁘게 남아있을 것 같은 "그녀"였다.

영원히 함께 했다면 알지 못했을 거다.

무료하고, 따분하고, 시시하고, 지겹고, 상처 입었던 기억들도 사실은 다 남겨두고 싶었다는 것을.

이별이 아픈 건...

잊혀지기 때문이다.

함께 가던 거리를 혼자 걷다가 "아, 같이 잘 오던 곳이었는데!"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간 날,

문득 "그녀의 전화번호가 몇번이더라~" 하면서 생각이 나지 않던 날,

아주 오랫동안, 이제 더 이상은 그녀의 기억으로 인해 아프지 않았는데 반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쓸쓸해 질때가 한번쯤은 있을 거다.

 

우리는 누구라도 무엇인가 지워져버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사라져가는 그녀에 관한 기억속에 내가 함께 지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 다시 지루해질, 그리고 지겨워질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 영화 <이터널선샤인>

 

 

 

 

 

 

나는 조용하고, 소심하고, 용기없는 남자다.

이런 나에게 두 명의 신부가 있다.

한쪽은 나와 닮았다. 닮아서 좋았다. 그래서 두렵기만 한 결혼이 잘 될 것 같았는데... 이게 안 외워지는 거다.

 

이 손으로 당신의 슬픔을 닦아줄 것이며

내가 당신의 와인이 될지니

당신 잔은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촛불로 나는 어둠 속에서

당신 길을 밝혀줄 것 입니다.

 

내가 이 서약문을 외우지 못한 건, 아마도 그것을 지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또 한명의 신부는 화려하고, 유쾌하고, 씩씩하다.

그녀와 함께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

칼에 찔려도 다시 죽지 않기 때문에 용감한 걸까?

 

산자들의 세상은 죽음같이 무겁고,

죽은자들의 세상은 축제같다.

결혼이 인생의 무덤이라면, 그럼... 결혼과 동시에 그냥 죽어볼까?

 

 

 

- 영화 <유령신부>

 

'┠타인의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로크백 마운틴  (0) 2006.03.13
로미오와 줄리엣: 그들은 왜 죽었을까?  (0) 2006.02.16
왕의 남자  (0) 2006.01.10
퍼햅스러브: 멋진 뮤지컬을 꿈꾸다  (0) 2006.01.09
메리 크리스마스~~~  (0) 200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