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권태 이야길 하시니...<꽃보다 아름다워>의 엄마 생각이 나요.
방명록에 올릴라니까 너무 기네....
큰딸 미옥이 결혼을 앞두고
혼자서 살 걱정을 하는 엄마.
그러면서도 길가에 모여 앉아 있는 할머니들은 안쓰러워 하는데...
그 안쓰러움이라는 것이 사실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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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9엄마의 방안.
미옥, 방을 닦고 있고,
엄마, 한쪽에 앉아 그런 미옥을 보는,
미 옥 : (방 닦다가, 엄마 보며) 왜 그러고 있어?
엄 마 : (미옥만 물끄러미 보며) 뭘.
미 옥 : 할머니네 놀러를 가든, 어쩌든 그러지, 왜 그렇게 앉아있냐구?
엄 마 : (눈치보며) 미옥아, 너 집 진짜 멀리다 얻을 거야?
미 옥 : (보면)
엄 마 : 너 엄마랑 사는 거 ..싫어?
미 옥 : 생활비 때문에 그래? 그건 내가 나가서 살아도 보탤거니까, 걱정하지마.
엄 마 : ...(미옥 보는)
미 옥 : (답답하고, 안쓰런) 엄마, 엄마도 다른 아줌마들처럼 취미를 좀 만들어라. 맨날 집에서, 민이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당장 민이 떼논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운 빠지고 그러는 거야. 엄마 취미 만들어, 어? 산엘 간다든가, 노래교실을 간다든가.
엄 마 : 뭐 그런 건 혼자 하나.
미 옥 : 혼자 안하는 거니까 더 좋지. 여러 사람하고 어울리면 말동무도 되고, 들 심심하지.
엄 마 : 사람들이 안끼워줘, 나같이 재미없는 사람은.
미 옥 : .......
엄 마 : 사람들하고 어울릴라면 말도 잘하고 재밌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같이 놀아도 주고 그러는데, 니 엄마가 그런 재주가 있간. 잘하는 거라곤, 니 아버지 말대로 밥 세끼 하는 거 밖에 없는데.
미 옥 : (안쓰런, 속상한, 엄마 보는) ...
엄 마 : (어색하게 웃으며) 에이, 엄마가 괜히 부담스럽게 그런다, 그지? 미옥아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멀리 가고 싶음 멀리 가고, 어? 엄마야, 뭐 할머니랑 놀아도 되고, 그래도 심심하면 미수네 집 니네 집 치우러 다녀도 되니까...
미 옥 : ...
엄 마 : 방 대충 닦고, 나가. 엄마가 할머니네 다녀와서 치울게. (하고, 나가는)
미 옥 : (답답하고, 속상한)
씬 10집 앞 길.
엄마, 혼자 시무룩하게 걸어가다, 한쪽을 보면, 할머니들 서너명 벤치에 죽 늘어서서 볕 바라기하고 앉아있는, 엄마, 그 할머니들 측은히 보다가, 가며,
엄 마 : 하루죙일 저러고 앉아있음 심심들 하시겠네. (하고,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고, 할머니들에게로 가서 주머니의 사탕 꺼내주며) 이것들 좀 드세요.
할머니: (받으면) 고마워요.
엄 마 : 고맙긴요, 뭘. 사탕이 야무니까 깨물어 드시지 말고, 빨아 드세요. (하고, 가는데, 맘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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