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약간의 거리 2004. 4. 8. 16:42

나는 흔히들 말하는 날라리 신자다.

나는 피가 나오는 영화를 싫어한다.

단순한 공포도 별루기는 하지만 붉은 빛이 낭자한 끔찍스러운 영화는 질색이다.

 

 

<기도반, 관람반> 이라는 기사 제목 (기사는 안 읽었음)

영화평론가들의 찬사.

'난 두번 봐도 돼'하면서 이끄는 콩이.

그래도 그냥 그랬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예수가 죽기전 12시간을 인간적으로 묘사했다고 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장면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스러운 고통 아닌가.

 

그렇지, 그도 한 사람이었지.  나와 같은 인간이었지. 그런데 왜 그런 고통을 선택했을까?

 

 

***

 

- 넌 믿으니까 괜찮았겠지. 너도 끔찍하긴 했잖아.

 

같이 본 친구는 불쾌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게 그 영화는

슬프지 않았고,

불쌍하지 않았고,

고통스럽지 않았으며,

끔찍하지 않았다.

 

단지 가슴 깊숙이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울음.

그리고 불쾌하다는 친구의 마음을 막연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수용.

 

이런 감정이 친구의 말처럼 내가 신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

 

영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진실일까?'

그리고

'진실은 정말 뭘까?'

 

진실을 보면 알수 있다고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대답하던 베로니카.

그녀가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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