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에도 면역이 필요해

약간의 거리 2005. 11. 24. 13:58

여름이 오기 전에는,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아 주어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 주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는 필수적이다.

보건소에 가게 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맞을 수가 있는데... 문제는 그 수가 모자라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거다. 또 간혹 부족하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에게는 주사놓기를 거부하는 보건소도 있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린시절은 7살때...

학교에 가고 싶어서, 국민학교 정문 앞에 앉아 하교하는 언니를 기다렸다가 대신 가방을 메고 오는 때라서......

어렸을 때 몇가지 종류의 예방주사를 맞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예방주사는 국민학교 5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놔주던 총으로 쏴주던 주사..... 무슨 주사인지는 모른다. 그 시절 그런 것을 학생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아이들은 "불주사"라고 했고, 그 이름이 주는 뉘앙스 만큼이나 아팠다.

 

예방주사는 사람 몸에 "면역"을 길러주기 위해서 맞는다.

 

------------------------------------------------------------------------------------

면ː역
면ː역 (免疫) [명사] 1. [하다형 타동사] [되다형 자동사]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에 들어온 항원(抗原)에 대하여 항체(抗體)가 만들어져, 같은 항원에 대해서는 발병하지 않는 현상. 2. [되다형 자동사] 같은 일이 되풀이됨에 따라 습관화되는 현상.
                                                                (네이버 국어사전)

------------------------------------------------------------------------------------

 

 

사람이 모든 것에 면역성을 갖지는 않는다.

특히나 "슬픔"에 그렇다.

항원은 있지만, 그것은 발병할 때마다 변종이 되기 때문에 미리 항체를 만들어 대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간혹 슬픔이라는 녀석이 저 앞에 얼쩡대는게 보이지만 그게 들이 닥쳤을 때, 담담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게 된다.

 

 

사람들한테는 면역이라는 게 있잖아.
약도 오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고, 같은 일이 반복되면 긴장감, 기대감, 설레임.... 뭐 그런 감정들이 덜해지기도 하는 거.

사람들이 이별을 하는 건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에는 '면역'이 안되기 때문일 거야.
사랑을 여러번 한다고 해서 시들해지지 않으니까.
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고 하잖아.
그게 다 면역이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테니까.

그런데 사랑에 면역이 없는 대신에
이별에 맞는 항생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 사랑이 시들해지는 게 보이고, 이별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거지.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모두 감기에 안 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 처방도 할 수 없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런데...

만약에...

그런 항생제가 있어서 예방주사를 맡게 된다면,

 

그건,

 

이별을 하지 않게 되는 걸까?

이별이 와도 슬프지 않게 되는 걸까?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그대  (0) 2005.12.05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제발~  (0) 2005.11.29
사랑에 대한 세 번째 오해  (0) 2005.11.14
식스센스 이야기  (0) 2005.11.10
가을을 잘 견디고 계신가요?  (0) 200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