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가을을 잘 견디고 계신가요?

약간의 거리 2005. 11. 8. 10:17

 

사람들은 저마다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구 먹어대기도 하고

지쳐 쓰러질때까지 걸어다니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슬픔이 바닥을 칠때까지 더 슬퍼지려고 음악에 빠지기도 합니다.

 

바닥을 치며 올라올 때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답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 즈음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그걸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

 

 

가을이 깊어갑니다...

하고 인삿말을 쓰는데... 가을이 아닌 겨울이 와 있더라는 거에요.

가을을 느끼기에는 너무 더운 날들이었는데,

이제 겨우 날씨가 쌀쌀해지고,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알록달록 단풍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정말 이제서야 가을이 무르익은 건데... 그런데... 이제는 가을이라는 단어보다 '겨울'더 어울리게 느껴지더라는 거죠.

 

무엇이든 그 깊이가 다하면

그 안에서 완성되어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의 시작이 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한 세상이 지나가면,

그리고 지나간 세상에 대해 예의를 다해 앓고 나면

그때에는 또 다른 세상이 다가오는 것이겠죠?

 

지겹도록 가을을 앓아대서

옆사람은 차마 가을을 느낄 수도 없도록 만들었던 그 해 가을...

"너 때문에 내가 가을을 탈 수가 없다, 어!" 하던 목소리가 가을이 되면 언제나 귓가에 맴돌아요.

 

저 원래 가을 같은거 느끼지도 타지도 않는답니다.

마침 그때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어 저에게 좋은 구실이 되어주었겠지요, 아마도...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제가 없는 이 가을을......

 

잘 견뎌 내셨나요??

 

 

어느 새 겨울인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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