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약간의 거리 2005. 11. 2. 17:17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나는 그 사람들의 일주일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아름답다거나

행복하다거나 하는 것은

남들은 알 수 없는 거다.

 

나 혼자만,

혹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 누군가와만 공유되는 거.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모든 것이 슬펐다.

- 누가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하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랬지?

하고 묻는 아빠도.

병실에서 김밥을 던지고 나가는 꼬마도

"일을 하긴 하는 겁니까?" 하는 사채업자의 전화도.

"방송 질떨어지게 무슨 형사가 나와!" 하던 신경정신과 의사의 말도.

 

 

 

다시 보니 그 영화 앞부분 하나도 안 슬프던데....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

 

그 녀석이 헤어졌다고 해서?

헤어진 여자 때문에 손목을 그었다고 해서?

그럼에도 그 여자가 자기의 이상형이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해서?

 

 

잘 모르겠다.

그치만 그날 나는 무척 마음이 아팠다.

 

 

"누나! 나 헤어졌어" 라고 그 녀석이 말을 했을 때,

나는 술 취해 너무 많이 웃어버린 다음날 아침이면 벌어진 양볼을 너무 아파했던 것 만큼이나

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잘했어. 걔 너 별루 안 좋아하더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난 걔 밖에 없는데"

 

"그럼! 당연하지.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구? 아직은 당연히 그래야지."

 

 

난 그 녀석에게 너무 잔인하게 말했다.

그애는 원래 널 좋아하지 않았다구. 네가 너무 잘해주니까 그냥 기대있었던 것 뿐이라고.

 

어쩌면 내가 너무나 솔직하고 잔인하게 말해서

이미 상처받은 영혼을 한 번 더 긁어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슬펐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살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산이 있었다.

그 산을 가려면 중간에 누군가가 가꾸는 밭을 지나간다.

사실 밭인지, 그냥 잡초가 무성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때가 되면 거기에 노란 호박꽃이 피고,

또 어느 때가 되면 열매가 맺히니 그것이 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기에 쓰레기를 버린다.

무성한 잡초와 쓰레기 사이에서도

꽃은 피고 열매는 맺힌다.

 

 

아름다운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원래부터 잘 가꿔진 논에서 벼가 익는다고 감탄하지 않지만, 그냥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인 줄 알았던 곳에서 꽃이 핀 것을 보고선

 

"우와~ 꽃이다"

"저기 꽃이 폈어!"

하고 감탄하는 것과 같다.

 

힘들고 피곤하고 슬프고 아프기만한 것 같은 일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무지개를 발견한 것 처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늘 옆에 있었는데

햇볕이 너무 강하면 보이지 않았다가

먹구름과 함께 지나간 비가 남겨놓은 몇 방울의 물 때문에 보이는 무지개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이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또 지난번 보다 더 아름다운 일주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것을 알던, 알지 못하던

나에게는 힘들기만 한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너무 안쓰러워보이는 나의 일주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일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그 녀석도 그가 그토록 힘들어하던 일주일의 끝에, 돌아와 싹싹 비는 그녀와 마주했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그녀가 돌아와 빌기 전날에 나는

 

"바보야~ 그냥 가서 잡어!"

라고 문자메시지를 날려주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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