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모처럼만에 큰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병원 가기는 지겹도록 싫어하는 아빠가 선뜻 가마고 하신건, 순전히 눈 때문이다.
예전에는 낮에는 휠체어 타고 동네 돌아다니고
저녁에 식구들이 집에 돌아 올때면 들어오셨으니 그나마 좀 나았지만,
이제는 종일 혼자서 아무도 없는 집, 방안에만 계시니 TV 라도 벗이 되어야 하는데
그놈의 눈이 뵈질 않으니 갑갑하기 이를데가 없으셨나 보다.
그래서 병원가서 눈이라도 잘 보이게 검사 한 번 해 보자는 이야기에 응하셨는데...
도착한 날부터 피를 다 뽑아가고
묻고 또 묻고,
진료실에서 묻고,
응급실 가서 묻고,
병실로 옮겨서 묻고,
간호사 교대하니까 또 묻고,
담날 담당의사 와서 묻고,
으~~~ 정말 보는 사람도 진이 빠지고, 괜히 입원하자고 말한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둘째날 몸안에 피가 모자라다며 혈액 투석을 했는데, 동생의 우스개 소리로는 첫날 병원에서 빼간 피가 너무 많아 그걸 도로 넣는 거란다.
의사와 간호사가 업무 분장이 새로 됐다며서,
주사 바늘이 잘못 꽂혀 주사액이 새어 나가는데도 의사가 없어서 못한다고 간호사들은 못 들은척하고,
가장 싫은 건 같은 방에 있는 환자들이다.
노인병동이라서.... 일반병동에 병실이 없어서 있지, 아니면 아빠의 연세가 60세가 넘어서인지 모르지만 노인병동에 계신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환자들이고, 중증인 사람도 많은데 그 틈에 간혹 병은 깊어도 운신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누워 있는 다른 환자한테 손가락질 하며 어찌나 잘난척 들을 해대는지...
혼자 먹지도 못하고 싸지도 못할거면 죽어야지, 저렇게 누워서 뭘 하냐는 둥.
젊어서 어찌 했길래 가족들 하나도 안 와보고 간병인한테 떠 맡겼다는 둥.
문병오는 사람들도 그렇다.
누워있는 사람보다 간호하는 사람이 생고생이지... 얼마나 힘들어 등등...
그런 이야기하려면 환자 없는데 나가서나 하던가.
아파서 누워 있는 사람이 젤 힘들지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참고 또 참는다.
간호하는 사람 힘든걸 해보지 않는 자기들이 정말로 알기나 하는가 말이다.
어쨌거나 병원에서는 우리는 이미 익숙해서 있는 아빠의 혈압, 체온, 당수치 ....
그런 숫자들에 기겁을 하고 요란을 떨어대면서
정말 고치고 싶은 눈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모든 숫자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기운이 나야 다른 걸 해 준댄다.
입원한 다음날 부터 퇴원하겠다는 아빠를 눈만 고치고 나가자고 꼬셔서 잡아뒀는데...
아무래도 퇴원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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