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짧은 선을 길게 만들어야지

약간의 거리 2004. 2. 10. 12:11
 

 

아주 오래전에 아저씨의 스승님이 냈던 문제라고 했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그 이야길 다시 듣게 된다.


긴 선과

짧은 선을 그어 놓고

두 선의 길이를 같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아저씨는 그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했었나? 아니라고 했었나? ^^ (난 항상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


아무튼 결론은 나보다 잘난 남을 어쩌구 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짧은 나를 길게 만들라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배구선수

서.남.원..

지금은 트레이너로 선수 생활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는 배구선수를 하기에는 좀 작은 키다.

그래도 그는 훌륭한 공격수였고, 리시이브를 아주 잘 하는 수비수였으며, 블로킹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멋진 선수였다. 거기에다가 여름이 되면 비치발리볼까지.... 아~~~ 정말 만능이다. 멋진 아저씨!


서남원 아저씨를 장충체육관을 열심히 쫓아다니던 시절 (사실 그는 아저씨라는 나의 호칭에 경기를 할 만큼 거부반응을 보였다. 하긴... 겨우 4살 차이밖에 안되는데 팬이라고 쫓아다니며 “아저씨~~” 하고 부르니 좋아할 리가 없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23살 이었는 걸^^)

TV 중계라도 있는 날일라치면 혹시라도 카메라에 잡혀 엄마에게 경치는 일을 피하고자, 경기도 잘 보이면서 카메라의 사정권에는 절대 들지 않는 자리를 잡느라 머리 쓰고,

차비 아끼려 지하철 입구 기어 다니기, 직원들이 이용하는 ○━ (웅~ 이걸 합쳐야 하는데...) 표시로 되어 있지만 표를 안내도 돌아가는 출입구 찾기, 버스 회수권 절반으로 잘라 둘둘 말아서 기사 아저씨 모르게 내기... 뭐 그런 범죄행위도 저질렀지만 그래도 돈 아끼지 않고 쓰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스포츠 신문을 사는 일이었다.


어떤 신문을 사야 서남원 아저씨네 경기 소식이 실려 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배구가 그닥 인기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한 면에 토막기사 나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으니, 당대의 톱스타 장윤창이나 노진수가 아니면 사진자료 까지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형편상 모든 스포츠 신문을 사 볼 수야 없고, 기도하며 신중이 골라 산 신문에서 사진 한장이라도 건지면 행복한 날이었다.


그 와중에 건진 기사가 한 장 있으니 지금도 스크랩되어 잘 보관되어 있다.


기사의 요점은 대충 그런거다.

배구선수로서 ‘작은 키’라는 단점을 놀라운 점프력으로 커버하는 훌륭한 선수... 서 남 원

그날 공격에서 66cm를 점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짧은 선을 길게 만들면 된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서남원 선수 생각이 났다.



사실 남의 점프력 운운하는 옛날 기사를 떠올릴 게 아니라 나는 뭘로 긴 선을 따라 잡나???를 고민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래서 나는 발전이 안되는 건가?


 

***

 

 

이상하다 요즘...

글을 쓰다보면 결론이 꼭 내가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되어 간다. 뭐지?

자아성찰 기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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