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그리고 내가 다 잘못했어.
너무 오랫동안 너만 바라본 거,
결국엔 네 마음도 열리게 만든 거,
그리고 이제와서 널 놓아주겠다고 말하는 거.
다 미안해.
그런데... 나 너무 힘이 들어.
지겹다고 한 말,...
진심이야.
널 기다리기만 할 때는 네가 날 밀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았어.
그리고 너도 날 좋아하게 되기만 하면,
그런 날이 오기만 하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닌가봐.
난 더 힘이 들고, 이제는 너를 기다린다는 희망조차 없어졌기 때문에 지쳐가고 있어.
뿌리치는 나한테 억지로 입을 맞춰 놓고는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먼저 고백한 사람도 너였고,
부담스럽다며 먼저 등을 돌린 사람도 너였고,
다시 돌아와 이제는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 사람도 너야.
그래서 난 아마도,
네가 다시 고백해 온 그날 이후 많은 걸 기대했었나봐
첨엔 그게 기대였는데
내 기대를 네가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기대>라는 건 사실은 내 욕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지.
너는 늘 바빴고, 술자리도 많았어.
겨우 일주일에 한번씩만 만나오던 우리는 이제는 전화 통화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지.
넌 원래도 말수가 적었잖아.
우리 사이에 대화라는 건 점점 없어졌어.
매일 밤 나누는 전화 대화는 고작
"피곤해. 먼저 잔다"
"술 마시고 있거든. 먼저 자라."
난 이런 두 세마디의 말을 듣자고 하루 종일 너의 연락을 기다린 게 아닌데...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이 없어졌어
혹시라도
다시 떠나고 싶어졌지만 그날, 다시 돌아오던 날 네가 한 그 약속 때문에
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겼어.
약속시간에 5분, 10분.... 연락도 없이 늦는 널 기다리는 것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게 됐어.
출근시간에, 점심시간에, 퇴근 무렵에, 잠자리에 들 때쯤...
너의 전화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짜증나고 싫어졌어.
정말 지겨워진거야.
예전에는 아무 조건없는 순수한 <기다림>이었는데
지금의 기다림에는 목적이 있거든.
혹시나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런 의심과 불안함도 함께 있더라구.
널 믿고 싶지만, 한번 떠났던 기억을 지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그래서 그 불안한 기억이 자꾸만 날 조여 와.
두번씩이나 너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자꾸만 내가 먼저 널 놓아주려 하게 돼.
이번에 또 너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지난번처럼 그렇게 가만히 보내주지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너의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내가 먼저 너에게서 등을 돌리는 거야.
지독한 사랑은 독이 될 수 있대.
내 지독한 사랑이 너와 나에게 독이 되기전에 그만 너를 놓을께.
안녕!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