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이 시작될 때

약간의 거리 2004. 1. 20. 10:22

가끔씩 예전에 써 놓은 글들을 찾아 다시 읽곤 한다.

글을 쓸 때는 제목을 쓰니까

맘에 드는 제목을 찾아 읽기도 하고,

'어? 이건 무슨 말이지?' 하면서 다시 읽기도 하고.

 

그런데 어제 읽은 글.

00년 00월 00일 0요일 - 날씨

 

이렇게 써 놓은 제목.

그래서 한번도 다시 읽어보지 않았었나보다.

정말로 일기처럼 써 놓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고 말았다.

 

그랬었지.

그때, 시작할 때 이렇게 조심스러웠지.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도 했었구나.

 

2년전 이미 나는 그를 떠났다.

행여라도 시선이 마주칠까 두려워 정돈되지 않은 넥이타만 바라봐야 했던 사람.

책상에 엎드려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콤이 눈만 치겨 뜨고 몰래 지켜봤던 사람.

행여나 너무 멀리 간 뒤에 연락올까봐 추운 겨울 회사 근처를 돌고 또 돌고,

그리고나서도 전화가 오면 '아니에요, 버스 탔는걸요' 했던 사람.

 

 

그는 알지 못했다.

내가 떠난 이유를.

그래서 우리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을 수 있었지만

얼마전 나는 2년만에 털어놓는 이야기라며 내가 떠나온 이유를 말해 버린 걸.

그래서 아마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인 걸.

 

그런데 하필 지금에서야 이런 지난 기억을 다시 들춰보게 되다니...

 

내내 심란한 밤을 보냈다.

 

 

 

 

** 내내 입안에서 맴돌던 노래, 유리상자의 Rainy Night.... 올리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혼자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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