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반지의 제왕 보기 대작전

약간의 거리 2003. 12. 30. 11:24

반지의 제왕을 보기 위한 숨막히는 작전.

-우리 17일날 만나면 뭐 할까?
-반지의 제왕 봐야지. 당연한 거 아냐?
-그게 개봉했어?
-몰라... 광고는 나왔는데... 참,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개봉하나? 그럼 못보겠네.

며칠 후...
-17일날이 개봉날이래. 복도 많지. 개봉날 보자. 근데 예매 안해도 표가 있을까?
-그날 못 만나는데...
-왜?
-일이 많네.
-휴~~ 할 수 없지 뭐.
-24일날 보자. 예매해.

조심성이 넘치는 나. 절대 예매 안한다. 예매 했다가 약속 펑크나면 그 허탈함을 무엇으로 막으려고, 예매나 안해뒀으면 미련이나 안 남지.
결국 그날 약속 펑크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지난 일요일
갑작스런 호출.
-영화나 보자
-뭐 볼건데?
-반지의 제왕
-표가 있냐? 예매도 안했는데
-일단 가보지 뭐

가보나 마나 반지의 제왕도 매진, 실미도도 매진. 결국 올드보이를 예매했다.
영화시작 2시간 전.
작전 개시

창구 직원에게
-저기요.... 저 위에 매진이라고 떠 있는 거요. 혹시 취소하는 사람 생기면 다시 좌석 있다고 바뀌나요?
-아뇨. 그건 저희만 압니다.
-그럼 다시 여기와서 여쭤봐야겠네요.
-네
캄사~~~~~~~

반지의 제왕 3:25
올드보이 3:30

5분이라는 절묘한 차이.
영화시작 20분전까지 취소해야만 전액환불이 가능하다.
그럼 3시에서 3시10분쯤 확인해서 좌석이 있으면 난 손해 하나도 안보고 반지를 볼 수 있다. 호호^^
왜 이리 영특하단 말인가.
스스로도 감탄하면서
사람 복잡한 영화관 앞에서, 친구는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두시간을 죽치고 앉아 졸다가 깨다가 반복 - 이렇게 쓰다보니 무진장 청승떤 기분.

3시 5분...
-저 혹시 반지의 제왕 취소 된 거 있나요?
-네~ 몇분이요?
오호~~
-둘이요.
-벽쪽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그럼요~~
-저 제가 갖고 있는 티켓 취소하고 그걸로 바꿔 주세요.

영화 티켓에 선명히 찍힌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이라는 제목을 보면 뿌듯한 마음도 잠시
‘이러다 올드보이 내리면 아예 못보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튼 몇 번의 좌절을 겪은 후 반지의 제왕 3탄과 마주할 수 있었다.
1탄과 2탄에서의 징크스를 깨면서...

* 반지의 제왕 징크스
1탄: 개봉날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당근 예약해 두었는데.. 뭐야, 극장에서 표를 너무 늦게 팔기 시작했다. 창구도 겨우 하나 열었다가 나중에서 하나 더 열고... 사람들 줄은 극장 밖까지 이어졌다. 티켓을 찾았을 땐 벌써 영화 시간에서 10분이 지나 있었다. 결국 앞에 5분을 잘라 먹었으니.... 절대 반지가 뭐냔 말이더냐!!!

2탄: 역시 인터넷으로 예매 해 두었다. 예매권을 출력하라고는 하지만 없어도 늘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찾았기에...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10분전에 극장에 도착했는데... 아뿔사~ 예매자에 내 이름이 없다는 거다. 몇 번을 확인하던 직원은 예매 목록을 몽창 넘겨줬다. 그날짜 예매자 이름을 모두 뒤져봐도 역시나 내 이름은 없는 거다.
할수 없다, 포기하자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그렇지. 예매 사이트에 전화를 해 봐야겠어. 으휴~~~~ 내가 예매해 놓은 극장은 여기가 아니었던 거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갔지만 역시나 앞에 5분은 볼 수 없었다.
“미안해~”
“뭐.. 반지의 제왕은 원래 앞에 5분 안보는 영화 아니었어?”

하지만 3탄... 극장에서 두시간 전부터 죽치고 있던 노럭으로 하나도 안 빼먹고 다 봤다! 뿌듯~~~~~



** 극장에 죽치고 앉아 혹시나 취소되는 표 없을까.. 눈치를 보다보니 ‘암표’ 생각이 났다. 타이타닉이라는 지겹도록 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 참 그때는 아침 7시부터 영화 상영을 했다. 지금처럼 심야상영이라는 것도 없었고,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가진 극장이래야 서울극장 정도였으니 아침 7시부터는 영화를 보여줘야 겨우 하루에 다섯 번 상영해서 극장이 돈을 벌 수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때 암표 사서 영화 본 사람 많았는데.... -나두 친구 앤이 암표 산 걸로 봤다 ^^ 내 돈 주고는 절대 암표 못 사지. -
반지의 제왕 3탄을 목 빼고 기다리면서 암표 있던 시절도 생각나고, 암표상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표 구하기 더 힘들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지 뭔가.
난 암표까지 사가면서는 영화 못 본다. 돈이 없으니까~~~~~~~


참 근데 그 영화, 반지의 제왕.... 뒤가 왜 이렇게 긴 거야? 다리 아프고 덥고... 엔딩 장면의 초상화들을 다 못보고 나온 게 지금도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