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인터뷰를 하러 난곡동엘 갔습니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한참을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얼마전 눈이 와서 인지, 비탈길에는 깨어놓은 연탄재가 보였구요,
멍멍 짓는 강아지를 쫓으려고 골목길에서 달려나온 아저씨는 하얗게 탄 연탄재를 짚어 던지시더라구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어요.
늦은 밤 엄마 몰래 쥐포사다가 구워 먹던 일이랑,
추운 겨울 밤 서로 연탄불 갈러 가기 싫어서 미루다가 꾸중 듣던 일이랑,
뒤켠에 쌓인 연탄재 대문밖으로 내 놓는 일 하기 싫어서 꾸물럭거리고,
혹은 떨어뜨려서 엄마한테 들킬까 얼릉 비질하던 일.............
연탄가게 아저씨를 찾아서 비탈길을 조심조심 오르고 또 오르는데,
좁은 골목 입구에 나와 계시던 할머니가 말을 붙이시네요.
- 젊은 사람들이나 다니지 나는 미끄러워서 다니지도 못해.
- 할머니, 추운데 왜 나와 계세요?
- 응..... 바람 쐬는 거야. 힘이 없어서 멀리는 못가.
- 할머니 댁이 어디신데요?
- 우리 집 같이 가서 구경할래?
- 네.... 그럴께요.
참,,,,,, 저 원래 친절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말시키는 사람한테 대꾸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할머니 혼자 사시는 작은 방안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씩 교회가는 게 외출인데 지난주, 성탄때는 눈이 와서 교회도 못 갔다며 눈물이 글썽! 하시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이번주에는 도우미도 오질 않는다고, 연말에, 이런 시절에 누가 자길 찾아와 주겠냐며,
아주 오랜 동안 말벗이 없었던 것처럼 할머니는 자꾸만 눈물을 글썽 거리셨어요.
연탄가게 아저씨는 만나서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내내
어찌나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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