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12/14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지

약간의 거리 2000. 12. 16. 23:58

요즘 H를 보노라면
섭섭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마 그녀도 나와 같은 느낌들이겠지.

오늘,
느닷없이 소리를 버럭 지르는 그녀를 보면서 화가났다.
그래, 듣기가 싫었겠지.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말도 안돼는 농담들이 듣기 싫었을 터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순간, 오PD, 부장님을 생각하면 너무나 화가 났다.

도대체 버릇없는....
저앨 어떻게 해야 하나?

때때로 내가 하는 말,
'직장 생활 안 해본 사람은 티가 난다는 말'
그녀 역시 이렇게 불쑥불쑥 그런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가끔 친한 것과 예의없음을 구분 못하는 모습
너무너무 화가 나다가 나중엔 우울해 졌다.
서로의 녹음시간 때문에 말도 못하고........



일찍 방송이 끝나서 아저씨가 영화를 보자고 하셨다.
-왜? 안 좋아하네. 네 상태를 보니까 일찍 가서 쉬어야겠다.
-안돼요. 그냥 가면 저 우울증 걸려요.
-모가 안된다는 거야? 영화보면 안된다는 거야?
-아뇨. 안보면 안된다구요. 그냥 집에 가면 저 우울증 걸려서 앓아 누울지도 몰라요.

<인랑>을 봤다.
일본 군부말시기의 얘기를 기초로 했다고 아저씨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쌀쌀한 극장 안에서 내가 너무 추워하니까 아저씨가 팔을 내미신다.
수제비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만난다고 만나는 게 아니라는 게 모에요? 아저씨가 어제 그러셨잖아요.

알듯 모를듯도 한 얘기들.

나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된다고,
싫은 걸 싫다고 하고, 하나가 싫으면 전체가 싫었는데..... 그랬는데
이제는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된다구.

-나이가 들었나 봐요. 요~만큼 자란것 같아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라고.
'그녀석 참...'하는 아저씨를 보면 나는 맘이 아프다고.

'저사람 그러면서 상처 받겠구나!' 생각하니까 아픈거라구.

-좀전의 저하고 지금의 저는 다르다니깐요.
-그래도 조금 전에 마신 커피는 아직 네 뱃속에 있다.
하하하



아저씨!
때때로 너무나 차갑고 모질지만
결코 모질지 못한 아저씨.


아무튼 오늘 아저씨와의 긴 대화끝에 확실해진건
내일이면 H나 손작가.... 모두를 보며 웃을 수 있을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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