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분홍신

약간의 거리 2005. 7. 26. 13:39

 

한국공포영화의 주인공은 늘 여자.

귀신도 늘 여자.

그러므로 공포는 여자의 장르다.

사정이 그러하니, 내가 아무리 공포를 공포스러워 한다 하더라도 그 영화를 못 본체 할 수가 없는 거다.

 

 

스크림, 좀비, 드라큐라백작, 강시... 등등

다른 나라엔 남자귀신도 많은데... 우리나라 처녀 귀신들은 어쩌면, 그런 이유로 더욱 그네들의  恨이 사그라들지 않는지도 모른다.

 

여기까지는 그저 나의 쓸데없는 생각 *^^*

 

 

 

 


 

 

이 영화 분홍신...

이건 여자의 욕망? 욕심? 집착??... 에 관한 영화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기분이 영~ 찜찜하면서 산뜻하지 않았다는...

 

반듯한 안과의사 선재.

마치 교생같은, 아니, 모범생 같은 복장의 단정한 여자.

카라가 있는 블라우스에 A라인 스커트를 입고, 직사각형의 가방을 들고 있는 그녀의 취미는,

구두 수집이다.

그녀 남편의 정부가 남편과 섹스를 하는 장면에서 신고 있던 구두...

좀 어두운 빛깔이긴 했지만, 광택이 흐르는 그 구두의 디자인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녀의 감춰둔, 아니면 억누르고 있는(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걸까?) 그녀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델센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는 분홍신.

-안델센 동화에서 빨간구두는 한번 신으면 죽을 때까지 결코 벗어지지 않으며, 계속 춤을 추게 만든다. 결국엔 도끼로 다리를 잘라달라고 했다지, 아마... 동화 맞나? ^^-

 

그 분홍신은 바로 그런, 그녀의 잠재된 욕망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떡~ 하고 붙어버린 거다.

 

 

 

분홍신을 신고,

진하게 립스틱을 바르고,

유쾌하게 웃음을 흘리는 여자.

 

여자의 탐욕(그래, 이게 좀더 맞는 거 같다 ^^)은 분홍신에서 비롯된 듯이 보여지지만,

사실 탐욕한 여자를 알아보고는 분홍신이 그녀에게 들러붙어 버린거다.

 

 

그래서 일제시대 한 발레리나의 恨이 서린 분홍신이,

그 주인의 恨이 풀릴 때까지 저주를 내리고 돌아다니는 듯이 보여지지만,

여자의 탐욕이 끝나지 않는 한, 분홍신은 자기의 주인에게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역시~ 여자의 속은 알 수가 없는 건가!

 

여자, 여자, 여자...... 흠... 기분 별로다.

 

사실 남자의 속도 알기 힘든 건 마찬가지!

 

아무튼,

 

남자들이여~ 괜히 분위기 있는 척, 정숙한 척, 하는 여자에게 속지 말라. 그녀의 구두가 당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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