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먹을 매운탕을 위해 저기 도마위에서 죽어가는 생선을 보는 것도 나는 가슴이 아파서,이렇게 돌아서서 수족관 안에 헤엄치는 생선을 바라봐요.
그런 내 앞에서 이제 갓 스무살을 넘겼을, 앳띠고 이쁜 당신은 삶의 권태를 얘기하는 군요. 짜증나고 지겹다고.
나는 순간 순간이 가슴 아리고, 소중해요. 지금 벽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말 한번 건네보지 못한 좋아하는 여자 아이의 얼굴을 잘~ 보고 싶어 사진을 확대해 달라는 꼬마들을 보는 것도.
비가 와요.
당신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네요. 먼저 약속한 사람은 당신이면서.
밤이 깊어진다는 건, 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에요.
당신을 기다리면서 밤이 깊어가듯이, 그렇게 내 삶의 시간이 줄어가요.
당신은 결국 오지 않았죠. 무엇이든 기다리는 건 잘 오지 않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화 내지 않아요.
지금 내 옆에 있는 많은 것들, 기다리지 않아도 늘 곁에 있는 것들도 아까와해야 하거든요.
내 기다림의 원망이 언젠가 당신에게 짐이 될 수도 있거든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가는 밤과 낮처럼,
나는 그렇게 시간 속에서 흘러갑니다.
당신처럼 귤을 한봉다리씩 사서 남길 필요도 없어요.
그저 지금 내 목을 축여줄 하나면 충분해요. 지금에만 충실하면 되거든요.
..
..
..
당신은 나에게 추억이 되지 않았는데...
저는 당신에게 추억으로 남게 되는 건가요?
누군가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했어요. 그리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기억이 추억이 되는 순간, 그것은 몹시 가슴이 아픈 거에요.
더 이상 의지대로 떠올려서는 안되는 게 되는 것이 거든요.
그때... 스물 아홉 때 너 뭐라고 했어?
그때... 방학숙제 할때 내 일기보고 날씨 베꼈지?
이렇게 말할 수 없게 되는 거에요. 그건 기억해 내는 것이 거든요.
추억은 그냥...
빗방울이 유리창에 또르륵 흘러내는 걸 볼때 마음이 아파온다거나,
텅빈 초등학교 운동장에 눈이 쌓이는 걸 보면서 눈물이 나온다거나,
첫 눈이 내리는 걸 볼때 귓가에 퐁퐁 소리가 울려 퍼진다거나,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이 아릿해지는
거에요.
나에게 추억이 되지 않은
당신.
사랑을 간직한채 떠나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하지 못한 말,
당신의 추억이 되어버려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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