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심심한 날. 무료함을 달래보려고 더욱 심심한 영화를 찾아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기 전, 극장前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나에게 올해 여름이 어떻게 왔는지를 친구에게 들려줬다.
우리집 앞
골목끄트머리에 있는 집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게 잎이 무성해 지면 골목까지 가지가 뻗어 나오지.
영화 시작 5분전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극장 안에 창이 있다. 그리고 창밖에 장독대가 있다. 어느 집 담장과 장독대의 항아리들을 넘어 햇빛이 극장 안으로 쏟아 져 들어온다.
당신은 이런 극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극장안은 조용했다. 사람도 별로 없었고, 음악도, 광고도, 예고편도 흐르지 않는 깨끗한 스크린에는 오로지 스러져가는 저녁 햇빛만이 반짝이고 있다.
"극장전"은 한마디로 "생활의 발견"이다. - 나는 홍상수의 전작 생활의발견은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생활의 발견이라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 영화는 영화속의 하루와 영화밖의 하루를 단조롭게 보여준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간의 특이함, 내 주변의 누군가, 혹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는 '미운놈'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외박전화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여자와 그 여자보다 더 자연스레 보일려고 노력하며 전화하는 남자. 그래 놓고선 "넌 집에 가고 싶으면 가"라고 말하는 여자.
하기 싫은 일을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기다리는거 별로지만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만나보니 또 나쁘지 않고.
함께하고 싶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왠지 거절하면 안될것 같아서 동행했는데 막상 가보니 냉랭, 머쓱~ 마땅히 거절했어야 할 자리에 눈치없이 껴 앉은 꼴이 되어있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쩜 그렇게도 생활의 발견이다. 그래서 웃기지 않는 장면인데도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키득키득, 큭큭큭,
마지막에 동수의 말, 생각을 해야지. 그래 이제 좀 생각을 해야지..... 이거 내가 정말 잘 쓰는 말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제 그런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이제 생각보다는 행동을 해야지 !
어쩌면 동수도 그가 본 영화에서 이렇게 나처럼 생활의 발견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
'┠타인의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크리스마스_ 정원의 편지 (0) | 2005.06.10 |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0) | 2005.06.09 |
오페라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0) | 2005.05.06 |
머시니스트 (0) | 2005.04.15 |
달콤한 인생 (0) | 2005.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