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트레버 레즈닉.
나는 기계공이에요. 커다란 공장에서 일을 하죠.
나는 말이 적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일과가 끝나면 으레 모여 도박을 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늘 "다른 약속이 있어"라고 말해요.
모두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지만 딱히 다른 핑계를 찾거나 하지는 않아요.
내가 원래부터 그렇게 말수가 적었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는지는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의 친구는 둘 뿐이에요.
창녀인 스티비와 공항 웨이트리스인 마리아.
스티비는 편안한 여자에요. 내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낄때면 언제든 찾아가 쉴수 있는 곳이죠.
마리아는... 음... 뭐랄까? 그냥 친구지만... 저는 그녀가 좋아요.
그녀는 새벽까지 일하지만 언제나 생기가 넘쳐요.
그런데 그녀를 만날 때면 자꾸만 데자뷰를 느껴요.
그리고... 내가 그녀를 공항 커피숍에서 보는 시간은 언제나 새벽 1시 30분이에요.
요즘 나는 자꾸만 말라가고 있어요.
마리아가 물었어요.
"당신 괜찮아요?"
"나빠 보여요?"
"그렇게 마르다간 남아나질 않겠어요."
눈앞이 잠시 뿌얘졌어요.
언젠가도 이런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요. 데자뷰...
사실 나는 1년째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잘 먹고, 일도 잘 하지만 이렇게 말라만 가는 건 아마도 내가 잠을 자지 못해서 일 거에요.
회사에서 나에게 마약을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면서 소변검사를 요구했죠.
틀림없이 지난 일로 나에게 앙심을 품은 공장장의 농간이겠지만,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내 모습을 보며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그치만 나는 결백하다구요.
너무 화가 나서 잠시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어요.
차를 타서 라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또 데자뷰가 느껴졌어요. 알수 없는 불안감과 동시에...
누군가가 말을 건네와요.
사실 지금은 그냥 혼자 쉬고 싶어요.
1년이나 잠을 못잤기 때문에 나는 몹시 피곤한데다, 좀전에 너무 화가 나서 피로감이 극에 달했거든요.
못보던 친구인데
이 공장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빨간색 폰티악을 타고 있어요.
용접공이라고 하네요.
레이놀즈를 대신해서 일하고 있대요.
낯설어서 일까요? 아무튼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녀석이에요.
아, 이런!
공장에서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나의 실수에요.
하지만 분명 안전장치를 작동시켰다고 했었다구요.
선반공인 밀러가 잠시 도와달라고 했는데 건너편 용접파트에 정말 아이반이라는 친구가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는 정말 레이놀즈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 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에요.
잠시 멈칫했는데... 기계가 돌아갔어요. 버튼을 눌러도 멈춰지지 않았어요.
절대로, 절대로 나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었어요.
밀러는 팔 하나를 잃었어요.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아무튼 회사에서는 아무도 아이번 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거에요. 그는 급여 명부에도 없고, 레이놀즈는 회사에 잘 나오고 있대요.
모두들 나를 미친사람 취급을 하고 있어요.
아무도 나와 일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나를 자꾸만 조여와요.
냉장고에 낯선 메모가 붙어 있어요.
냉장고에 포스트잇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써서 붙이는 건 나의 습관이에요.
하지만 이건 내가 한게 아니에요.
누군가 침입자가 있어요.
그런데 이건 무슨 암호 일까요?
_ _ _ _ E R
마리아와 그녀의 아들 니콜라스와 놀이공원엘 갔어요.
마리아가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에 니콜라스와 놀이기구를 하나 탔는데, 너무 공포스러웠어요.
그곳은 지옥 이었어요.
그 지옥에서도 그리고 놀이공원의 구석구석에서도
잠시 들린 마리아의 집에서도 나는 여러번의 데자뷰를 느꼈어요. 두려워요...
그리고 마리아의 집 냉장고에 붙어있는 어머니의 날 카드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우리집 냉장고에 붙어있는 퍼즐같은 단어는,
M O T H E R
mother였을까요?
모두들 아이반을 모른다고 했지만 나는 그의 지갑속에서 레이놀즈가 아이반과 낚시가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어요. 그걸 들이밀며 나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었는데 사진이 사라졌어요. 거기에다 누군가 내가 점검하고 있는 기계를 갑자기 작동시키는 바람에 나는 죽을 뻔 했다구요.
그런데도 나는 해고 당했어요.
아이반의 정체를 밝혀야 해요.
그 친구가 나타난 뒤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됐어요.
나는 정신병자가 취급을 받게 됐고,
해고 됐고,
그리고
죽을 뻔 했어요.
모두들 그를 모른다고 하지만
그는 레이놀즈와 낚시를 갔었고,
사고로 팔을 잃은 밀러 주변에도 서성였어요.
모두가 나를 따돌리고, 궁지로 밀어넣고 있는 거에요.
아이반을 찾아내서 내 결백을 밝히고, 내 주변의 음습한 공기를 밀어내고야 말겠어요.
언젠가 스티비가 물었어요.
"쫓기고 있나요?"
나는 대답했죠.
"아니, 아직은... (No, Yet)"
나는 왜 "아직은(Yet)"이라고 답했던 걸까요?
지금 이렇게 궁지에 몰릴 거라는 걸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요?
스티비마저 아이반과 한패 일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나는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다구요.
스티비는 벼랑끝에 내몰린 나에게 손을 내미는 척 했어요.
내가 가장 안심한 순간에 그녀는 나를 놓아버리려고 했나봐요.
대체 내가 뭘 잘 못한 거죠?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마리아 뿐이에요.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는 어디에 있는 거죠?
왜 오늘은 마리아가 나오지 않은 거에요?
공항 커피숍의 웨이트리스가 이상한 말을 해요.
마리아가 누군지 모른다는 거에요.
늘 자기가 일을 했고, 마리아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없었대요. 그러면서 나를 미친사람 취급했어요.
정말 내가 미친 걸까요?
나는 누구에요?
Who are you?
누군가가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어요.
Who are you?
우리집 냉장고에 노란색 포스트 잇이 붙어 있어요.
거기에 이런 말이 써 있네요.
WHO
ARE
YOU?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왜 1년 동안이나 잠을 자지 못하는 걸까요?
이제 그만 자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나는 퍼즐을 풀어야 해요.
내가 누구인지....... 그 답은 이거에요. _ _ _ _ E R
K I L L E R
답을 알아냈어요.
이제 나는 잠을 자러 가요.
우선은 아주 긴 잠을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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