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본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나무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고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며, 오로지 네 마음 뿐이다."
검은 정장의 단정한 남자가 달콤한 쵸콜렛 케익을 정성스레 떠 먹는다.
신중한 여러번의 손놀림으로 비로소 티스푼에 담긴 케익을 아주 달콤하게 먹는 남자.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는
작은 에스프레소잔에 각설탕 하나를 넣는다.
스르르 녹아 사라지는 설탕은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맛 어딘가에 여운을 주는 달콤함으로 남아있다.
달콤함은 그렇게 어딘가로, 보이지 않게 녹아든다.
여전히 에스프레소의 맛은 쓰지만 우리는 그 잔을 들어 쓴 커피를 마신다.
그 안 어딘가에 달콤함이 베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원래 커피라는 건 쓴 맛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달콤씁쓰름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그녀의 첼로 연주를 듣는다.
다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아니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도, 바람도 아닌 나의 마음이다.
가혹하다......
각설탕 하나가 주는 달콤함의 최후는 너무 가혹하다.....
다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그저 나뭇가지일 뿐이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건 바람이다.
다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신다.
달콤한 인생은
쵸콜렛케익을 먹고,
사건 하나를 간단히 처리하고,
가볍게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는 이 순간일까?
아니면,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내 마음을 흔드는 한 여인의 미소를 보는 순간일까?
어쨌거나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커피의 쓴 맛을 함께 느껴야만 한다.
이 영화는 호접지몽일까?
사실... 움직이는 것이,
바람인지,
나뭇가지인지,
나의 마음인지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
모든 것은 움직이기도, 멈춰서기도 하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 움직일때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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