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깃털로 살짝 얼굴을
가리고
매너좋은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드레스 끝자락을 살짝 들어올려 잡고는
우아하게 오페라 공연장에 입장을
한다.....
그런 주인공이 되는 상상같은 걸 해보진
않았지만,
그냥 그런 장면들을 보면 괜히 흐뭇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그 이름 때문일까?
아니면 극장 안의
좌석이 영화에서 봐 오던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 입구의 돌계단에 들어설 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풍겨오는 중세적인
냄새 때문에 늘 마음이 야릇해진다.
드디어 오페라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때문일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아련히
들려오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은 뿌옇게 배경처리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면 나는 살짝 까치발을 들고는 -까치발을
들면 기분이 5cm 쯤은 두둥실 떠오른다- 괜시리 마음이 여유로와져서
우연히 부딪히는 옆사람에게서도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는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이때의 두리번 거림은 커다랗고 웅장한 건물에서 낯설음을 느끼는,
서울역에 막 도착한 시골소녀의 촌스러운 그것이 아니다.
그저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은 내가
주변의 모두에게 당연한 예의로서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와 눈인사를 보내주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다.
쿵쾅쿵쾅~
학창 시절에 함께 추었던 잊지 못할 사랑의 트위스트~~♪
지금까지의 상상을 한순간에 와장창 깨 버린다.
송골매, 옥슨80 ... 같은 음악들이 들려온다.
나쁘지 않다.
어느새 "오페라" 라는 말이 주는 환상같은 느낌은 사라져버리고
찢어진 내 청바지가 너무 잘 어울리는 이곳은
와와~ 하는 연호와
방방거리는 들뜸으로 꽉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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