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교황님의 유언

약간의 거리 2005. 4. 8. 09:57

 

“세상에 남길 물질적 재산은 하나도 없다. 모든 개인적인 기록은 불태워 달라.”

“항상 대비하라. 주님이 오신 날을 너는 모를 수 있다”

 

“오늘 나는 이 한 가지를 추가하고자 한다. 누구나 죽음의 가능성을 깨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언들...

 

 

 

 

누구나 죽음의 가능성을 깨닫고 있어야 한다...

 

 

어디서 들었던가?

아니. 어디서 보았던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추하다는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가, 정말 오래사셨는데 (나이는 기억이 안나는데 나도 오래사셨다고 느꼈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순간에도 입모양으로 살고싶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

 

 

살고 싶어 하는 건 정말 추한 걸까?

 

 

 

나는 때때로 죽음의 순간을 생각한다.

 

아주 예전에는 길이 막혀 다리위에 차가 서 있게 됐을 때라든가, 육교 아래서 서 있을 때라던가, 하면... 갑자기 다리가 무너진다거나 육교가 무너져내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때 나는 지금 내가 누구와 동행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내가 죽고 난 이후 가족들이 처리해 주어야 할 문제가 뭐가 있으며,

그 중에 내가 그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은 어떤 게 있을지를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은 사람이 누구이며, 그 사람에게 과연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는 늘... 죽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존재였다.

 

 

요즘 나는 가끔, 머리를 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계단을 오를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우다 보면 머리가 무거워서 뒤로 넘어가 뇌진탕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때 역시 나는 저런 것들을 생각한다.

지금 죽어도 될만큼 나는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는가?

 

그리고 여전히, 아직도,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며칠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빨리 정리를 해야겠어. 죽기에는 너무 지저분한 것들이 많아. 언제라도 죽을 수 있게 빨리 정리를 해야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5년 안에는 마무리 지어져야 할텐데...'

 

 

 

사는게 별 의미가 없다고 느꼈을 때

혹은

언제고 죽을 수 있는 불확실한 시공간안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

 

종종 생각한다.

 

 

죽고 난 뒤 남겨진 내가, 추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도 행복하세요....

 

나도 행복하려고 합니다. 그대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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