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다

약간의 거리 2005. 4. 7. 10:34

 

출근길에


10년도 전, 나의 첫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생을 만났다.
가끔 궁금했었는데...

 

나와 아주 친한사이는 아이었지만, 내 옆자리에 있었고,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일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듯한 말투를 가졌고,

커피를 너무 못타서 내가 먹을래도 차라리 자판기에서 뽑아 먹어버리는 나를 위해 가끔씩 커피를 타 주기도 했던 아이....

 

내가 가끔 궁금해 했던 녀석이라
단박에 이름이 기억나서 정말 다행이다.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는

 

"혹시... 안나 언니 아니에요?"

 

하는데... 만약에 나는 상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사실 나한테 이런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름이 생각 안나는 것은 고사하고 누군지 당최 얼굴조차 못알아 보겠는데 상대는 나에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거다.

이럴때 나는 그냥 당연히 모르다고 답해 버린다.

집에 와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단계 라던가,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묻고 다니는 사람들의 새로운 수법일거라고 결론 내려버리고는 가볍에 잊어버리는 거다.

 

그런데 몇년 전에는
그렇게 가볍게 잊어버린 어떤 여인을 한달쯤 뒤에 비슷한 장소에서 만났고, 다시 그녀는

"이제 나 기억나?" 하고 물었다는 거다.

 

무지막지 난감....

 

그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후로 그녀를 다시 만나지는 않았다.

 

 

 

그녀가 "언니, 아직도 연락하는 사람 있어요?" 묻고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을 말한다.

더러는 한박자 늦게 생각나고,

더러는 '그런 사람도 있었나!' 싶다.

 

그저 지금은... 그녀의 이름을 바로 불러줄 수 있었다는 것에 안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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