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준비물로 많았다.
운동회를 할 때에는 1인당 오재미 2개씩 만들어오기 같은 것도 있었고, 과학시간, 미술시간, 음악시간 등등 챙겨야 할 물건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미처 살 수가 없어서 못가져간 것들도 종종 있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못 살것 같아서 아예 말도 꺼내보지 않은 것들고 있고, 어떤 것은 엄마는 늦게 들어오고 아빠한테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고 돈도 받아야 하는데 차마 말을 못해서 그냥 가기도 했던 것 같다.
한 번은 미술시간에 모자이크인지, 콜라주인지... 그런 걸 한다고 해서 준비물이 필요했다. 모자이크도 콜라주도 뭔지 잘 몰랐는데 선생님은 색종이도 괜찮고 컬러감이 있는 종이를 오려 붙여서 자기의 작품을 만드는 거라고 설명을 해 주셨다.
엄마한테 미술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돈을 받아서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다. 잘은 모르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잡지의 반짝반짝한 그림들을 오려 붙이면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잡지는 외할머니 집에서 살 때 막내 이모가 월급날이면 사다줘서 본 적이 있었다. <소년중앙>(?)이었나, 뭐 그런 잡지를 봤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잡지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시장에 가서 준비물을 사다가 서점을 본 순간, 예전에 봤던 잡지가 생각났다. 나는 서점에 들어가서 잡지들을 펼쳐 봤다. 막상 보고 있으려니 이모가 사다 줄 때는 관심이 없던 잡지도 재밌어 보였다. 그렇지만 어린이 잡지에는 반짝반짝 윤이 나는 컬러 페이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 종이들은 대부분 광고였기 때문일 거다. 나는 미술 준비물을 사러 온 거지, 내가 읽을 잡지책을 사러 온게 아니니까, 나는 최대한 미술 시간에 쓸 수 있을만한 종이가 많은 잡지를 골랐다.
'엄마한테 혼날 것 같은데...' 하는 걱정이 안 든 건 아니었지만 용기를 내서 잡지를 한권 사들고 집으로 왔다.
예상대로 엄마는 깜짝 놀라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우물쭈물하며 나는 잡지가 준비물이라는 설명을 했지만 엄마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울면서 온 길을 되돌아가 잡지를 환불했다.
'미술 준비물은 어떻게 됐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떻게 저떻게 또 해 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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