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의 어느 날,
광주의 맛집 <미미원>을 1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미미원을 갔을 때는 <육전>이라는 걸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을 때라서 정말 신선했다.
이렇게까지 비싼 가격이 이해가 안되기는 하지만
그때는 계산하는 분이 따로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맛을 음미하며 즐겼다.
어쨋든 오늘 원래 미미원에 갈 계획은 아니었으나,
일행 중 이곳을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 전격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코로나의 영향인데 왠일로 한산했다.
마당에 가운데에 있던 정자도 사라지고, 1년 사이에 큰 변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달라짐이 보였다.
식사는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육전으로 시작했다.
육전이라는 것이 서울의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도 팔 만큼
이제 그닥 귀한 메뉴는 아닐지 몰라도
아직 생소한 사람도 많고
더구나 이곳의 육전은 맛과 질에서 급이 다르기 때문에 ^^
처음 갔던 미미원에서 '육전'보다도 내 맘을 사로 잡았던 것은 '맛조개전'이었다.
그 전까지 내가 알던 맛조개는 안면도에서 밤 늦게 물빠진 해변을 걸으며
뽀글뽀글 거품이 나는 바닥을 정신없이 파헤쳐보면 잡을 수 있는 길죽한 조개일 뿐이었다. 아니면
변산 같은 곳에 놀러가서 조개를 더미로 사서는 구워 먹다가
남은 것들을 몰아 넣고 끓여 먹던 조개탕의 재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부드럽고, 살짝 터지는 육즙 가득함의 정체는
육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가득했다.
그런 맛난 기억들이 가득한 미미원을 가족들과 함께 몇 번을 갔지만
번번히 맛조개전은 먹을 수가 없었다.
그게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오늘 드디어 무더위를 뚫고 온 보람을 느끼며 맛조개 맛에 푹 빠졌다.
또 하나 역시나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민어전이 있었지만... 맛조개전에 밀려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벌써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이제 식사 주문!
우리는 된장찌개를 주는 돌솥밥과 백합떡국, 매생이떡국을 주문했다.
식사에 앞서 새롭게 셋팅을 해 주는데 반찬이 정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과 간장이 나오는데
도톰한 김이 너무나 고소하고 맛이 있어서
나는 원래 떡국을 주문했는데 김 먹느라 밥만 먹었다.
그리고 백합 떡국(사실 매생이 떡국은 내 관심이 아니라서 사진도 없다 ㅎㅎ)
너무 맛이 있어서 먹다가 중간에 사진을 찍게 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테니까
백합은 정말 조개 중의 백미
통통하게 손질된 새우도 너무나 맛있다.
무엇보다 백미는 국물
시원한 백합 국물을 마셔주면
식사에 말 그대로 마침표를 찍어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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