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집

[구로디지털단지] 춘자싸롱

약간의 거리 2020. 7. 17. 19:05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씨라서 오랜만에 뭉치는 구로디지털단지 멤버들과 전을 먹기로 했다.

어라, 그런데 한 놈이 계속 나타나질 않는다.

차를 집에 두고 가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게 출발지점이 어딘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늘상 그랬듯 '바로 근처이겠거니'

 

그래서 우선 망설임 없이 지하철역에서 시작하는 먹자 거리의 바로 입구에 있는 삼통치킨에 들어가 맥주랑 후라이드 치킨을 가볍게 먹어주었다. 닭 한 마리를 다 먹어갈 무렵에야 나타난 녀석은 다음엔 어떤 것이 먹고 싶은지 물었다.

- 가벼운 거, 무거운 거, 보통?

- 음... 일단 네가 말하는 것들은 안주 기준이야, 술의 도수 기준이야, 아니면 뭘 기준으로 말하는 거야? 너무 어려워.

- 음.. 그러면 간장새우, 가벼운 와인, ....

- 당연히 간장 새우지

우리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너무나 사랑하는 간장새우 집을 가면서 바로 앞에 있는 전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간장새우를 먹으면서 그 녀석이 다시 말했다.

- 근데 오늘 비 오니까 막걸리에 전 먹는다고 한 거 아냐? 난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왔는데

- 그럼 아까 말했어야지. 네가 안 와서 안 간 거잖아.

- 맞아, 난 아까부터 육전 먹고 싶었다고.

- 아~ 여기는 항상 이런 식. 내가 무슨 말을 못 해

- 삐진 거야? 그럼 지금 가자.

 

그래서 우리는 간장새우 한 접시를 소주와 함께 후다닥 비워 주고는 바로 전집으로 고고씽~~~

우리가 간장새우 집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려는 순간 아까 그 녀석이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 여러분, 이러면 안 됩니다. 일단 직진하세요.

- 왜? 모야?

그렇게 떠밀리듯 한참을 지나와서야

- 여러분, 맛집은 그 맞은편에 있는 집입니다. 그런데 이미 주인한테 노출되어서 미안하니 조금만 있다가 갑시다.

- 그래? 그런 거야. 그런 여기서 조금만 노닥거리자.

 

그렇게 어렵게 찾아간 곳, 대기명단에 번호표 받고 기다리다 들어간 춘자싸롱.

엄청나게 많은 막걸리 메뉴를 보며 그중 무엇을 마실 것이냐, 의논을 하다 보니 자리가 금세 났다.

많이 팔리는 게 뭔지 시장조사도 다 했지만 우리는 늘 우리 스타일대로 먹고 싶은 걸로 마셨다.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육전보다 앞서 나온 육사시미와 내가 고든 덕산 막걸리

나는 육사시미랑 육회를 먹지 않아서 모르지만, 엄청 맛있다고 합니다. 회전율이 좋거든요 ㅎㅎ

 

드디어 육전까지. 모양새가 좀 거시기하죠. 광주 미미원가서 고급진 육전만 먹다가 육전을 시장에서 동태전 주듯 붙여 주는 것을 보니 어찌나 낯설던지.

 

암튼, 비 오는 날 막걸리 서너 병과 한잔하기 좋긴 한데.... 어쨌든 전은 앞으로 1차로 갑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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