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폰으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심리검사들이 많아졌다. 가볍게는 꽃이나 나무로 유형을 알아보기도 하고, 유명한 누군가와 성향이 비슷한가를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격을 알아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놀리기도 하고 애써 자신과는 다른 것 같다고 부정하기도 한다.
성격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나누는 것은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ABO식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기도 했었고, 그러다가 사람이 어떻게 4가지로 나뉘느냐는 논란과 한국에서만 이런 검사가 유행한다 등등 말도 많은 검사들이지만 성격검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분명 나를 알고 싶어서이고,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대체 그 사람은 왜 그러는 거야?' 이런 궁금증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욱! 하고 올라오니 말이다.
- 대체 왜 꼭 퇴근한다고 인사하면 불러서 질문하는 거야?
- 왜 점심 먹으러 나가자고 하고 그때 화장실 가는 거야?
- 퇴근하고 나면 단톡에 공지사항 올리는 건 왜 그러는 거야?
- 그때는 암말 안하더니 왜 꼭 뒤돌아서서 다른 말 하는 거야?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기도 하다.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사람, 예상치 못하게 지하철은 고장 나고 우산도 없는데 비는 오고, 아침부터 우울하고 짜증 나고 눈치 보며 출근했는데 비 오는 월요일은 길 밀리는 거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콕 집어 바른말하는 사람.
정말,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설마 태어날 때부터 나의 안티였나?
출근 길 엘리베이터는 탔는데 커다란 카트에 집을 한 가득 싣고 타는 사람이 있다. 마침 나와 같은 층에서 내리길래 나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먼저 내리시라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한사코 나부터 내리라고 하면서 급기야는 '먼저 내리시라고요.' 하면서 짜증을 내는 거다. 정말 어이가 없다.
아침부터 배송량이 많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내려야 하는데 어떤 여자가 엘리베이터 문에 몸을 1/3쯤 걸리고는 내리는 것도 아니고 비키는 것도 아닌 모습으로 문을 막고 있다. 먼저 내리고 싶으면 그냥 내리고 아니면 안으로 비켜서 주면 좋을 텐데 대체 뭔가. 그냥 먼저 내리라고 하는데도 열림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회사에 중요한 공지가 있어서 단체방에 올려야하는데 며칠 동안 사람들이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 아침, 그래 오늘 아침이면 마감 열흘 전이기도 하고, 어제까지 바빴던 감사자료도 대충 마무리가 되었으니 공지하기 딱 좋은 날이네, 하면서 글을 올렸다.
의무교육 온라인 수강 마감일일 00일 입니다. 모두 놓치지 마시고 꼭 마무리해 주세요.
앗,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달이 공지사항을 올리는 거다. 누군가는 차를 옮겨달라고 하고, 누군가는 공용공간을 사용하고 싶은데 다른 일정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뭐지? 뭐지? 막 짜증이 올라오려고 한다.
그러다가 생각한다. '왜 짜증이 나는 거야?'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교육을 잘 들었으면 하는 날짜는 나름 계산해서, 교육을 들을 만한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판단되었을 시점에, 교육을 듣기까지 아직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환경에 공지를 올렸지만, 사실 꼭 그렇게 까지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그냥 조금 더 배려해 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글이 묻힌다고 이렇게 짜증이 날 일인가. 다른 사람들의 글은 갑작스럽게 지금 알아야만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겨서 올라온 것뿐인데. 그럼 나는 대체 무엇에 누구에게 짜증이 나는 건가.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사실은 사람들이 잘 알고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내가 쓴 글이 다른 것에 묻히지 않을 시간을 계산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여유없는 마음에 묻히지 않을 시간, 급한 다른 업무에 묻히지 않을 시간.
결국 그냥 내 마음이 다른 것에 휩쓸려서 사라져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에 대한 배려였던 것이다. 내 마음을 배려하느라고 내 마음을 너무 많이 써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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