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심리학

누군가와 친해지기 어렵다면

약간의 거리 2020. 6. 2. 17:45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친구를 못 사귀어서 걱정이다' 등등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고 보면 시작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끝이 어려울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거절하거나, 거절당하거나, 이별을 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이나 두려움 때문에 시작이 힘든 것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했다가 싫어하면 어떻게 해요', '예상한 반응이 아니면 당황하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은 내가 한 반응을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면 어떻게 하나, 내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서 상대방의 눈에 바보같아 보이면 어떻게 하나,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겠지,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하니까. 나는 친구를 사귈 수 없으니까.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 어떻게 갖게 된 것일까?

뭐든 시작을 따지다보면 결국에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이런 이야기로 거슬로 올라가게 된다. 물론 시작을 알아야 깨끗하게 마무리가 되는 일도 세상에는 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은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수정하고 앞으로 반복하지 않으면 말끔해지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벽에서 시작된 어떤 얼룩이 있는데, 벽의 얼룩은 벽지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바닥에 남은 흔적들만 보일 때가 있다. 이때 벽지를 뜯어내어서 벽에 묻은 흔적까지 지우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바닥에 물걸레질 몇 번만 해도 깨끗한다. 벽지도 가려 놓은 것을 굳이 들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서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관계라는 건 흔하지 않다. 그냥 부딪혀보고, 상대방이 싫어하면 다음엔 다르게 반응하면 된다. 그런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정말 그 사람이 싫어하는지 어떤지 알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거절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했다면, 아니다, 이런 표현 자체가 좋지 않다. 그러니까 이 말부터 고쳐보자.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거절의 표현을 했다면,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명 '잘못된 명명의 오류'라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행동을 그 명칭에 맞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거절을 표현하기에 앞서 당신이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이 어떤 말을 했다면 그 제안에 대한 거절일 것이고,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을 싫어한다는 뜻일 수 있다. 즉, 상대의 거절은 '당신 그 자체'에 대한 거절이 아니다. 당신이 한 특정한 행동이나 말, 의견에 대한 다름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수정하면 된다. 만약에 잘 모르겠으면 다시 물어봐도 괜찮다.

 

누군가와 새로운 만남을 갖는 것,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다면 그게 '시작'이라는 바로 그 순간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은 벌써 '마지막'을 생각하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좀 더 집중하며 다가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