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다른 이별이었다.
일반적인 헤어짐이라는 것
이별 이후에 오는 분노, 슬픔, 후회, 미련 등의 감정들은 원래 후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남아서 아파하고, 혼자 남아서 분노하고, 혼자서 울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고된 이별이라니!
떠날 사람과 남는 사람이 함께 존재하고 있지만 각자 슬퍼하느라 서로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이 시간을 후회할 줄 알면서도 남는 자는 떠날 자를 원망했다. 왜냐고. 혼자 남겨졌을 때 생길 분노를 떠날 사람에게 표출했다. 그렇지만 떠날 사람도 슬펐다. 그도 떠나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그는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걸까? 따져묻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누구에게도 자기 슬픔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혼자 아팠다.
같이 겪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 너무 오랫동안 혼자 힘들어하게 두었다. 아니, 더 많이 힘들도록 그를 몰아붙였다. 후회한다. 그를 향한 나의 질책과 같은 물음들을. 왜요? 왜 빨리 말하지 않았어요? 언제 말하려고 했어요? 등등
내 슬픔에 빠져 있었다. 내 슬픔의 크기를 그가 가늠해 주기를 바랐다. 어떻게든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도 아팠고, 슬펐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같은 것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늦었지만 그것을 알고 헤어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마지막을 나는 지키지 않았다. 보내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분명 이 시간도 후회할 것이다.
사실 보내고 싶지도 않았지만, 보내고 난 후 새로 오는 사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더 싫었다. 슬픔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한 시간여 후에 누군가를 웃으면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어쩌면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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