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마음

D에게 3

약간의 거리 2013. 7. 30. 10:34

꿈 속에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제게 알려 주셨네요.

지난 주였던 것 같아요, 원래도 꿈을 잘 꾸지 않는데... 그날 처음으로 꿈에서 목소리를 들었어요

-잘 있었어?

하고 묻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잠이 깬 아침에도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답니다.

 

내일이 아버지의 기일이서 그랬나? 갑자기 발견한 9년전의 다이어리 때문이었나?

9년전 다이어리에서는 매일 밤늦게 다니는 제 걱정에 잔소리, 화내기도 지친 아버지가 일찍 들어와 샤워하고 자라며, 그래서 시원하지 않겠냐고 타이르시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2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네요.

그래서 지난 밤 저는 몹시 아버지가 보고 싶었거든요.

'아빠, 보고싶다...' 하면서 잠이 스스르 든 기억이 나는데 꿈속에서는 아버지가 아니라 당신이 나타나셨네요.

어딘가를 떠나는 길이었는데, 터미널에서 당신을 먼저 발견한 건 저였어요. 저는 이리저리 기둥들 뒤로 당신을 피해서는 길을 떠났지요. 그게 당신을 피한 거였는지 기둥 뒤에 숨어서 몰래 몰래 당신을 바라본 거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저는 그렇게 당신을 피해서 대전에 도착했어요.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제 앞에 당신이 서 계셨어요. 방긋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우리를 이렇게 볼 수 없게 만든 사람에 대한 원망 비슷한 말을 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라고 했어요. 그때는 그 말이 이제는 항상 제 옆에 있겠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꿈에서 깬 지금은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당신은 제 옆에 있을 수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저는 꿈속에서 두번째로 소리를 들었는데... 그 두 번의 음성은 모두 당신이네요.

 

그렇게 방긋 웃어주어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내 그리움을 대신해 준 것도 고마워요.

 

당신께도 제가 때때로 어떤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언제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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