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갑자기 당신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떠올랐어요.
나는 원래 전화를 안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치만 사실 그건 전화를 하는 게 두려워서 인거지, 전화 하는 걸 싫어해서는 아니에요. 이 사람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전화를 해서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들 때문에 못 하는 거에요.
오죽하면 집에 엄마한테 전화를 할 때에도, 지금 혹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내가 전화해서 깨우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하느라 못하는 날도 있는 걸요.
이렇게 연락도 안하는 내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유지하는지... 그 분석 중 하나는 전화를 아주 잘 받아준다는 거에요. 걸려온 전화에 대해서 먼저 끊는다는 말을 거의 안하거든요. 몹시 바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더라도 윗사람에게 불려간다거나 하는 정말로 전화기를 들고는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나중에 통화하자, 미안, 따위의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것.
그랬었나봐요. 나 사실은 전화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데 상대에게 거절당하는게 두려웠던 거죠. 그래서 거절을 당하느니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 하는 쪽을 택했던 거죠.
가끔 사람들은 전화를 해요. 집에 가는데 혼자 걷기가 심심하다거나, 혼자 운전하는게 심심하다거나 할때. 그리고 그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을 할 때까지 수다를 떨어요. 무려 1시간 반 동안이나 그랬던 사람도 있는 걸요. 그 사이에 조카가 삐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버리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참아야 하기도 하고, 끓여놓은 라면이 불어서 먹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아직 머리도 감지 않았는데 약속시간 10분 전이 되어 버리기도 해요.
그런데 나 말이에요. 오늘 아침에서야 문득 그걸 깨달았아요. 당신이 내게는 그렇게 나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요. 아무런 용건 없이 전화를 걸어도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집에 가는 길이야, 하고 말하면. 무섭지 않냐며 먼저 말하지 않았는대도 현관문 열고 집안에 들어왔다고 말해야만 전화를 끊는 사람. 마라톤 대회 연습한다며 30분, 40분씩 운동장을 돌고 있어도 혼자 걷는 건 심심하다며 계속 통화해 주는 사람.
언제, 어느때, 무엇 때문이든지 전화를 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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