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서브하지만 서브가 되지는 말자

약간의 거리 2013. 5. 2. 18:23

-아, 명함이요...네.... 만들어 드려야죠.... 네~~~

뭔가 흔쾌이는 아닌 통화를 끝내고 윤미씨는 앞자리 팀장님을 바라본다.

-팀장님... 저희 명함 디자인이요.... 전에 하던곳에 할수 있어요, 다른데 맡겨요?

-명함은 뭘로 만들려고.

아, 또 퉁퉁대기 시작했다. 명함을 뭘로 만든다니! 대체 이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을 하라는걸까? 대답안하면 또 짜증낼거고 종이로 만들죠,하면 너무 바보같을 거고...

-네?

-명함은 뭘로.... 아니 그러니까 명함에 내용을 뭘로 채울거냐고? 너 걔에 대해서 아는거 뭐 있어?

 

지난달 새로 들어온 연구원이 명함을 만들어 달라는데... 사실 윤미씨도 명함까지 만들어 주고싶은 사람은 아닌데 팀장이 까칠하게 나오니 짜증스럽다. 별것도 아닌데 그냥 하면 될 것을.. 괜히 해 준다고 했나, 하는 후회도 들고. 그렇지만 어떻게 안된다고 말하냐고.... 짧은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데...

 

-너 걔 영문이름 알아?

-아, 제가 그런걸 하나도 안물어보고 끊었네요.

이럴땐 그냥 빨리 뭔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끝내는게 좋다고 윤미씨는 생각한다. 그리곤 실수를 만회할 요량으로

-입사지원서 보고 시안 잡으면 되지 않을까요?

하고 덧붙인다. 근데 팀장은 마뜩치않은 표정이다. 재빠르게 입사지원서를 뒤적여보니 핸드폰번호, 메일주소, 영문이름... 정보는 다 들어있다. 그걸 모를리 없는 팀장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어쩌지... 이럴 때 팀장은 침묵을 싫어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이 침묵을 일단은 깨야 한다고 생각하는 윤미씨다.

 

- 이메일 주소를 회사꺼를 쓰라고 해야 할까요?

- 아니. 자기가 여기 들어오면서 회사꺼로 쓰려고 새로 만들었대. 회사용으로 만들라고 했다면서 이메일 아이디 참 웃기지 않니?

- 그러게요... 보통 회사메일은 이름으로 하는데...

 

조금 전 보다는 누그러진 듯한 팀장의 기세에 윤미씨는 얼른 맞장구를 쳤다.

 

- 다른사람 명함시안 하나 보내면서 그거 참고해서 들어갈 내용 걔보고 다 적어서 보내라고 해

 

-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명함 잘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사람의 위치가 특별히 명함을 써야 하는 위치도 아니고. 어쨌거나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만들어 주기는 해야 하는데... 명함이라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들어가는 거야. 그런데 네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명함을 만들어 줬다가 내용이 틀렸다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그걸 막으려면 시안을 만들어서 그 사람한테 교정을 봐 달라고 해야 하는 거잖아. 그럼 그 사람이 검토를 해 주'시'는 게 되겠지. 그냥 그 사람에게 처음부터 정보를 달라고 해서 그대로 만들어 주면 되는 거야. 그때는 뭔가가 잘못되었어도 요청한대로 해 준거니까 너한테 책임이 없는 거고, 혹시 네가 더 친절하고 싶다면 보내준 대로 만들었어도 사전에 시안을 한번 확인하도록 할 수는 있겠지. 그치만 그때 잘못된 내용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 자기가 잘못 제공한 거니까 너에게 미안해 하면서 고쳐주길 요청하겠지. 왜 가만히 앉아서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까지 일한테 검토 받으려고 해? 난 그런 거 싫다고.

 

- 아~~~~

 

윤미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은 언제나 저런 상황, 저런 일에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체 저런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