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에 대한 열 두 번째 오해 : 내가 너 생각해서 얼마나....

약간의 거리 2013. 4. 20. 20:15

여자 1.

그때는요, 밥을 먹고 내가 돈을 낸다고 하면 그게 또 눈치보이고, 그렇다고 얻어 먹자니 맘이 편치 않아서 "뭐 먹을래?" 하면 늘 뭐 떡볶이, 김밥... 이랬거든요. 눈치 보고 싶지 않지만 싼거 먹게 되더라구요. 정말 정말 어쩌다가 내가 돈내게 되면 좀 먹고 싶은 거 먹고.. 근데 왜 제가 남자친구 만나면서 밥도 눈치보고 먹어야 해요? 그래 놓고선 남들은 누나 만나서 자기가 돈 안 쓰는 줄 알더라는 거에요. 처음 만날 때는 그런 걱정하지말아라. 나 여자친구 밥 사줄 만큼은 돈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 알바도 하고 용돈도 저금해 놔서 통장에 돈 좀 있다, 그러더니. 그럴거면 처음부터 그런 소리나 말던지.

 

남자1.

제가 회사가 오산이에요. 여자친구에 대학로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여자들이 남자보다 야근은 덜하지 않나요.... 뭐 좋으니까 만나러 갔죠. 그래도 사람인데 저도 피곤하죠. 그리고 서울에는 또 친구들도 많이 있으니까. 주말에 서울가면 누나 집에도 한번씩 들러서 조카도 봐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하고. 매주 만나는 건 어렵죠. 그런데 당연히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할 수 없이 가끔은 거짓말도 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여자들은 눈치가 빤 하니까 어쨌거나 눈치보게 되고... 아무튼 피곤하더라구요.

 

여자2.

우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거든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사람들 중 끝까지 가는 사람은 별로 없대요. 그래서 정말 잘 해보려서 많이 참았어요. 처음 사귈때는 욕도하고 길에서 큰소리치면서 싸움도 몇번 했는데 이번에는 한번도 안 그랬어요. 조금이라도 큰 소리치거나 짜증내면 그것 때문에 또 헤어지게 될까봐요. 처음에 왜 헤어졌는지 정확하게는 생각 안나는데 어쨌거나 싸움끝에 헤어진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정말 짜증도 한번 안내고 다 맞춰주는데 그런데도 자꾸 피하는 것 같은 거에요. 한번은 하루종일 연락도 안받고 문자보내고 답도 없고... 사실 그런 횟수가 조금씩 늘어났거든요. 불안했어요. 알아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내가 미련하게 붙어 있는 건가? 남자들은 원래 잠적하면 헤어지자는 거라면서요. 그래도 헤어지고 나서 그렇게 죽자고 쫓아다녀서 다니만난거니까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했죠. 어쨌든 불안한 내색도 스트레스 될까봐 말도 안했어요. 그래놓고 집에 오면 이런 내가 너무 관심없게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남자2.

헤어지고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어떤 변변찮은 놈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막 화가나는 거에요. 걔가 저랑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무놈이나 만날 애는 아니거든요. 착한 애에요. 그러다보니 다시 만나게됐는데... 처음 사귈때보다 더 떨리더라구요. 그런데 좀 지나니까 걔가 제 눈치를 보더라구요. 내가 뭐라 눈치 준 것도 없는데... 그리고 만나는 동안 비싼것도 못 먹었다고 헤어질때 그러길래 이번에는 좀 허세도 떨고. 그런데도 자꾸 눈치를 보니까 좀 수상하기도 하고. 저랑 헤어지고 잠깐 다른 놈을 만났었잖아요. 그 놈을 못 잊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하는 게 쪼잔한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색은 못하겠고, 보면 웬지 화낼것 같으니까 피하게 되고. 잘 해 보려고 하는데 아무튼 편치가 않았어요.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면,

남여 주인공이 비가오는 놀이공원에서 흠뻑 싸운 뒤 벤치에 앉아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 너 잘했어.

- 너도 잘했어.

- 그래 우리 둘다 정말 잘했어.

 

두 사람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을 상대에게 들려준다.

영화 속 이 대사는 헤어짐의 인사이지만, 사실 이 대사야 말로 헤어짐의 이유이다.

마지막까지 솔직할 수 없었던 연인은 힘든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쉬운 것만 탈 수는 없다며 롤러코스터를 타러 가는데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힘들고 무서운 시간 동안 둘은 각자의 안전벨트에 온전히 의지해서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것. 다만 그때 내 옆에, 어쩌면 손을 잡아줄 수도 있는 거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는 것.

 

 

참는 다는 건 힘든 일이다. 인간의 에너지는 돌고 도는 것이다. 안으로만 들어갈 수도 밖으로만 뻗어나갈 수도 없다. 뭔가가 들어간다면 그만큼 나와야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참는 것이 있다면 참아낸 만큼 드러나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자기는 아무런 내색없이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오직 자기만.

상대가 사실은 자기가 참는 모습을 보면서 참고 기다렸다는 것, 혹은 참아내느라 삐져나온 짜증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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