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만 유리를 밟는 바람에 발바닥이 살짝 찢어졌다. 근데 그게 까치발을 하면 땅에 닿는 부분이다보니 어떻게 해도 걸을 때 땅에 닿는 걸 피할 수가 없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출근을 한다. 다리를 절뚝이며 걸으니 발목과 반대편 다리의 무릎이 아파온다.
학원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제법 멀다.
그냥 택시를 탈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면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힘을 내서 걷는다.
새벽에 성당에 가느라 못하고 나온 화장도 길가는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걸으면서 한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여자가 걸어가면서 베이스를 바르고 파우더를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부슬비까지 내리는데 비를 맞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조금 빠른듯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딱 한 차만 보내보고 그 다음차로 가자, 하면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그가 모습을 보인다. 절뚝이는 걸음으로 겨우 따라가 버스를 탄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겨우 낑겨 서 있다. 다음 정류장 버스가 서고 두어 사람이 내려 조금 더 안쪽에 설 수 있게 됐다.
문득 뒷사람과 등이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침, 만원버스, 모르는 남자와 등이 완전 붙어 있는 상황. 완전 짜증이 넘쳐 흘러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기분나쁜 느낌이 없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그다. 그 사람이다. 그 사람 알고 있다. 내가 이렇게 자기의 등 뒤에 서 있는 걸. 그냥 그런 확신이 든다.
버스에서 내려 느리게 절뚝이며 걸음을 뗀다. 이즈음에서 그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내내 모른척을 해도 언제나 이렇게 스치는 타이밍에서는 인삿말이라도 건네고 지나가는 그였으니까.
그런데 길을 건너고 얼마쯤을 걸어도 인기척이 없다.
분명 뒤에서 오고 있는데... 그 빠른 걸음걸이로 벌써 내 앞으로 나서며 말을 해야 하는데... 잠시 후 그는 아주 느리게 느리게 내 옆을 스쳐간다. 어떤 여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을 또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등이 내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작아진다.
유리에 찔린 발보다 훨씬 강한 아픔이 가슴에 느껴진다.
너의 등은 유리조각보다 훨씬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