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시(인디애나폴리스) 공항
뉴욕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밤 12시 반에 공항 도착. 공항은 이미 문을 닫았고, 공항을 떠날 수 있는 셔틀도 없는 시간.
6시20분 첫 버스가 올 때까지 공항쇼파에서 뒹굴뒹굴
어찌나 냉방이 잘 되던지... 너무 추워서 잠이 안오던데 사람들은 참 잘만 자더라.
그리고 어제 다시 도착한 인디애나폴리스 공항.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제는 영원히 안녕! 굳이 달러를 남겨둘 필요 없으니까, 하면서 지갑에 있는 달러를 탈탈 털어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 먹고. 살짝 눈물이 핑~ 돌며 친구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공항. 너무 일찍 도착해서 뭘해도 지루하고 심심하길래 이어폰을 꽂고 다운 받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보딩시간이 다가오는데 이상하게도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즈음, 영화는 이제 10분만 더 보면 끝나는데 중단을 하고 주변을 확인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차에 흑인 여자 두 명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넨다.
-8시 30분 시카고 가는 비행기 취소됐나요?
'앗, 무슨 소리지? 당장 확인해야 해'
급히 가방을 정리해서 확인해 보니 붉은 글씨로 canceled 라고 씌어진 화면.
데스크로 달려 갔더니 좀전에 그 여인들도 앞에 줄을 서 있다.
시카고에서 4시간 후에 한국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는데... 갑작스런 썬더스톰과 토네이도, 게다가 내리 꽂히는 벼락때문에 자기들 비행기는 취소됐고,오늘밤 인디폴을 떠나는 비행기는 하나도 없으니 차가 있으면 시카고까지 3시간이 걸리니 운전해서 가란다. 못간다고 하니 묻지도 않고 덜컥 내일 아침 비행기로 알아서 예약을 해 준다. 달라스를 거쳐, 일본 나리타를 거쳐 인천으로 가는 거란다. 난 달라스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그럼 방법이 없다네. 그럼 오늘 밤에 난 어디에 있어야 하냐했더니 자기들은 62불짜리와 69불짜리 호텔이 있단다. 갑자기 머리가 정지됐다. 뭘 물어봐야하고, 뭘 확인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거다. 난 지금 결정을 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럼 나중에 다시 오란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기는 이미 친구 딸에게 줘 버렸고, 가진돈은 달랑 3불이고. 공중 전화를 찾았는데 코인만 가능하다고 하니 코인을 어디서 바꿔야 하는지, 황당함에 당황스러움까지 겹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information을 찾아가는데 저쪽에서 먼저 내 당황한 표정을 읽었는지 다가온다.
-can I help you?
-I want to change coins um...
-you call the local?
-Yes
그럼 그냥 자기 핸드폰을 쓰라며 빌려주는 직원. 친구에게 전화를 해 봐야 어떤 해결이 나올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화를 한다.
-비행기가 취소됐대. 내일가래.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지금 거의 블루밍턴에 다 왔는데.. 어떻게 하지? 다시 올라가야하나?
둘 다 어떻게 하지만 반복하다가 친구가 다시 전화를 하겠다며 직원에게 말을 해 놓으라고 한다.
직원은 당연히 괜찮다며 잠시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공항 구석에 앉아 생각을 정리한다. 다시 블루밍턴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친구는 벼락이 내리치는 길을 뚫고 이제 겨우 집에 도착했고, 버스는 이미 막차가 떠난 시간이고, 난 지갑에 겨우 3불이 있다. 일단 직원이 조정해준 비행기는 내일 아침 8시 반이고. 다시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는 건가? 그럼 한국에는 언제 갈 수 있는 거지? 아까 붙인 내 가방들은 어떻게 하지? 그걸 다 어떻게 옮기지?
친구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가진 돈도 없지?
-카드 있으니까 괜찮아
-가방을 어떻게 옮기냐. 거기 사람들 있어서 옮겨 달라고 하고 팁을 좀 주면 되는데 현금이 없잖아.
-신용카드니까 어떻게 해 볼께.
-못할거 같으면 지금 다시 올라갈께
하지만 그것도 황당한 짓이다. 지금 올라오면 빨리도착해야 11시 나를 태우게 되고, 다시 내려가면 12시반. 만약에 8시반 비행기를 타게되면 새벽 5시에는 다시 공항으로 출발해야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해볼테니 그냥 집에 가. 다시 연락할께
-전화도 없는데 어떻게 연락하려고?
-지금도 했잖아. 또 방법이 생길거야.
전화를 하고 나니 그래도 맘이 조금 안정이 됐다. 다시 항공사 데스크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내일 새벽 6시 반, 그리고 LA에서 아시아나를 타는 항공권으로 끊어준다.
가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가방이 많아서 옮길 수 없다고 하니 아랫층에 가면 스카이 직원이 있으니 도와 달라고 하란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러면 팁을 줘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말이지.
'그럼 오늘밤에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해? 난 돈이 3달러밖에 없어' 했더니, 'It's not good' 이란다. 'How can I do?' 'in airport.' 'what? in here' 'yes, you have just 3 dollers' 'oh my god!' 'I know' 'you said, I'm homeless tonight?' 'um...' 'it's your fault' 'pardon' 'it's your fault.' 사실 이런 말을 할 때 좀 양심에 찔리기는 했다. 이건 기상이변이기 때문에 굳이 항공사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그러니까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잠시 말이 없던 직원은 그럼 좋다며, 자기가 호텔 방을 하나 주겠단다. '그럼 내 가방은 어떻게 해?' '그건 아랫층에 있어.' '나도 알아. 근데 너무 많아서 나 못 옮겨.' '너 전화는 있어?' '아니.' 한숨을 쉬는 남자. '난 오늘 밤에 미국을 완전히 떠나는 길이었어. 그래서 난 돈도 없고, 전화도 없고, 가서 잘 집도 없어.'
결국 직원이 가서 가방을 옮겨주고, 자기들 오피스에 하룻밤을 보관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호텔에 전화를 해서 셔틀을 보내 달라고 연락을 한 후, 나를 셔틀 타는 곳까지 친절히 데려다 주고 15분 정도 기다리면 셔틀이 올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시아나에는 직접 전화를 해서 변경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전화요금은 내가 내야 한다고 확인을 받고는 떠났다.
비가 계속 내렸고 추웠다. 셔틀은 25분은 지나서야 도착했다. 다른 호텔의 버스기사가 너 호텔에 전화는 한 거냐고 걱정돼서 물어볼 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말이다.
어쨌거나 하룻밤 잠자리는 해결이 됐고. 호텔이 들어가자마자 나는 아시아나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다시 황당함 시작.
아시아나 직원은 나는 LA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했다. 출발지 변경은 안된다며. 그러면서 시카고에서 출발하는 다음 비행기는 17일이지만 그날은 좌석이 없고, 내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는 19일이라는 거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자야 했다. AA항공에서 발권해 준 비행기는 내일 새벽 6시였고, 그들은 알아서 그들이 갖고 있는 나의 짐을 비행기에 실어 주겠다고 했다. 일단 5시까지는 공항에 가서 나의 가방을 비행기에 실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하고, 그리고 LA로 가게 되어 있는 나의 항공일정도 수정해야 한다.
새벽 4시.
모닝콜을 받고 일어나 공항갈 채비를 한다. 근데 딱히 채비라고 해야 할 게 없다. 갈아 입을 옷도 없고, 화장품도 없고, 호텔에는 칫솔도, 머리 빗도 없다. 가방을 뒤져 겨우 머리 끈 하나를 찾아내서는 아직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질끈 묶고는 공항으로 떠났다.
새벽의 AA직원은 어제 직원보다 훨씬 더 불친절했다. 내가 아시아나에서 LA로 와도 비행기에 태워주지 않는다고 했다고 몇번을 말해도 무조건 LA로 가야만 한다는 거다. 결국 같은 말을 몇번씩 반복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나는 당초의 탑승 시간을 놓쳤고, 다시 두 시간 후 LA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일방적으로 끊어서 손에 쥐어 주는 거다. 마지막으로 나는 'If I would go to LA, I can't take Asiana in LA. How can you take responsibility?' 그때서야 공항직원은 아시아나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17일에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받아 들었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 이른 새벽... 시카고에서 오전에 떠나는 대한항공을 타기 위해 떠나는 무수히 많은 한국인 학생들을 부러워하며 한 시간여를 공항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새벽 공항을 갈때까지만 해도 간간히 벼락까지 쳐 주며 내리던 비는,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다시 블루밍턴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블루밍턴을 떠나기 전날과 마찬가지도 그림처럼 맑았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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