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d라는 제도를 이용해 비행기를 거의 반값에 고담시(인디폴)-뉴욕, 뉴욕-고담시, 왕복을 예약했다.
그런데 뉴욕 도착도 밤12시, 고담시로 돌아오는 것도 밤12시인거다. 취소도 변경도 안되는 탓에 일단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는 뉴욕으로 결정됐다.
여행을 떠날즈음,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인플루엔자 환자가 뉴욕에서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지만 염려했다.
우선 워싱턴과 보스톤을 거친 후 뉴욕여행이 시작되니 그 사이 어찌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보스톤에서 마지막 밤, 우리 일행은 밤새 끙끙 고민했다.
뉴욕은 미국에서 돼지인플루엔자 환자가 가장 많은 도시였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하필이면 할렘근처였다. 일행 넷은 각기 뉴욕에 살고 있다거나, 현재 뉴욕 여행 중이거나, 뉴욕을 다녀 왔다거나, 혹은 뉴욕을 잘아는 사람에게 각기 전화를 돌렸고, 한결같은 답은 "내가 뭐라할 수는 없지만 나라면 안 갈텐데..." 였다.
한 사람은 돌아가겠다고 선언했고,
나머지 둘도 돌아가겠다는 말만하지 않았을 뿐 마음은 80%이상 떠나있었다.
-난 갈거야.
나이많은 사람의 선언에 차마 딴지를 못걸뿐 완전 답답해 죽겠다는 마음이 읽혀졌다. '나는 뭐 죽고 싶었을까?' 겁은 났지만 나는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다. 한국에서 사스가 돌때도 그랬고, 조류독감이 난리칠 때에도 나는 닭을 먹었다. 할렘... 그것도 뭐, 일찍 다니면 되고, 난 엠파이어의 야경과 뮤지컬 하나를 보는 날만 늦을 거니까 다 괜찮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겁이 나면서도 나는 또 가슴이 쿵닥쿵닥 뛰면서 가고 싶었다. 설렜다.
다행이 뉴욕에 와보니 뉴스와는 달리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명도 없고, 숙소도 할렘과는 거리가 있는 안전한 곳이었다. 뉴욕에 도착할즈음 내리던 비도 숙소에 도착하니 화창하게 개었다. 근처의 콜럼비아 대학을 돌며 여유롭게 여행이 시작되었다 싶었는데
이런,
다음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거다.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여행인데 비가오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엠파이어에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You can't really see.
란다.
-Do you know how is tomorrow climate?
잘은 모르지만 오늘과 비슷할 거란다.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긴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진즉에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날씨가 어디 꼭 들어맞느냐 말이다.
난 기다려 보고 싶었다.
누구는 매일밤까지 이렇게 힘들게 반복할 수 없다고 했다.
벌써 여행이 중반을 넘어섰고, 첫날 밤샘 여행부터 시작해서 사실 다들 너무 많이 피로한 상태이기는 하니까.
동전을 던져 운을 테스트 해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가 결국 우리는 딱 하루만 일정을 미뤘다.
-내일은 날씨가 어떻든 가는 거다.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돌아나오는 길 ... 다시 돌아본 엠파이어의 풍경은 이렇게 먹구름이 감싸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은 우선 자유의여신상이다. 배를 타고 섬까지 가야한다. 비가오면 우리는 선상에 나가 서 있는 것도 힘들지 모른다.
부디~~ 제발~~~ please~~~
하지만 아침 날씨는 이모양이다.
자유의 여신상에 코가 있는지 없는지, 건너편 섬이 진짜인지 신기루인지도 구분이 어려울만큼 하늘은 잔뜩 흐리고 날씨는 춥고, 비는 내리고 ㅠㅠ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그건 괜찮아. 비가 와도 괜찮고, 날씨가 추워도 괜찮아. 딱 하나만 들어주면 돼. 부탁이야. 엠파이어 꼭대기에서 구름만 가져가줘.
월가를 걸을때에도 소호거리를 찾아헤맬때에도 나는 하늘에 떠나가는 구름을 보며 그것이 엠파이어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길 바랬다. 다른 건 다 괜찮아.
그리고 저녁을 먹고 다시 찾아간 엠파이어. 어제보다는 사람이 있었고, 어제처럼 정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시야가 zero 퍼센트 라는 말도 하지 않아서 안심하고 즐거워 갔는데....
물론 가는 길에 엠파이어 꼭대기 살짝 봐 주었는데 어제같은 먹구름은 없었다....
갔는데... 매표소에는 어제보다 더 심한 구름이 꼭대기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사진을 떡하니 붙여 놓고 있는 것이다.
Is this today?
맞단다 ㅠㅠ
그래도 우리는 엠파이어는 무조건 가기로 했기에 올라갔다.
여전히 비가 내렸고, 공기 중에는 안개처럼 빗방울들이 고여 있었다.
엠파이어 빌딩 86층 전망대
한 시간 정도 기다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나는 이렇게 시야를 확보했다 ^^
예쁘긴 예쁘더라.
바라고 또 바라던대로,
비도 오고, 춥고, 흐린 날씨였지만...
그냥 안개비가 도시 전체를 휘감았을 뿐 특별히 엠파이어 전망대 주변에 먹구름이 없었던 탓에 우리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일도 비가 올 것이고,
우리는 모레면 고담시를 거쳐 블루밍턴으로 돌아갈 것이고,
오늘 뉴스에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대충 사라지고 있다고 나오고 있으니...
뉴욕은 어쩌면 나를 싫어하는 게 틀림 없다.
하지만 괜찮아!
나도 뉴욕, 너 보다는 보스톤이 더 맘에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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